24일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양화나루터에서 동네 주민 서너 명이 허리를 굽혀 조개를 캤다. 이곳은 남한강 지류인 양화천이 본류와 합류하는 지점이다. 원래 수심이 3~4m가량 됐지만, 환경부가 지난 4일 여기서 7㎞쯤 하류에 있는 이포보 수문을 열어 물을 빼는 바람에 좌안(左岸) 모래톱에서 조개를 캘 만큼 수심이 낮아졌다.

이날 교수, 지역주민 등 민간 참여단을 대상으로 보 개방 모니터링 현장 설명회를 가진 환경부는 "수위 저하로 인한 어패류 피해를 막기 위해 16일간 구조 활동을 벌였다"며 "뭍에 올라온 어류는 없었으며, 밀조개·재첩·다슬기 등 패류 10만여 개체는 공무원과 지역주민 등 10명을 동원해 구조한 뒤 방생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조개류는 뭍으로 나온 뒤 일주일가량 버티기 때문에 폐사 전에 구조했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어패류 구조 활동'은 어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부가 실시하는 조치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 개방을 할 때마다 일선 공무원 사이에서 '사람보다 물고기·조개 목숨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돌 정도"라고 했다. 이번에 환경부는 공무원 2명 외에도, 지역주민들을 하루 8명씩 일당 11만8000원을 주고 단기 일자리로 고용해 이포보 일대에서 조개를 구조했다. 나랏돈이 세금 떼고 1300여만원 들어갔다.

한강에 설치된 다목적 보(洑) 중 처음으로 이포보가 개방된 지 20일이 지났다. 지난 4일 보 개방 당시만 해도, 양화나루터 주변은 수심이 깊어 모래톱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왼쪽). 하지만 보름도 안 지난 17일에는 좌안 모래톱이 훤하게 드러났다. 환경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 개방을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어민들 피해도 컸다.

그러나 이용수 여주어촌계장은 "조개들은 대부분 땅속에 숨어 있는데 겉으로 드러난 것만 줍는다고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느냐"며 "갑자기 보 문을 여니 물고기들은 쓸려 내려가고, 조개는 땅바닥에서 썩고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장에 나타난 이 계장은 "이맘때쯤이면 쏘가리를 하루 30~50㎏씩 잡아야 하는데 올해는 아예 배를 못 띄우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현행법에는 이런 경우에 대한 피해 보상 조항이 없어, 간접적인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한강 3개 보 중 처음으로 문을 연 이포보는 지난 4일 관리 수위(해발 28m) 상태에서 시간당 2㎝ 수준으로 물을 방류해 지난 15일 오후 4시 목표 수위(26.4m)를 달성했다. 환경부는 이 수위를 20여일간 유지하다가 다음 달 7일부터 다시 수위를 올려 11월 13일 관리 수위를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이포보 개방 후 재첩 썩어가자… 희한한 단기 알바 ‘재첩 구조대’ 등장 - 한강에 설치된 다목적 보(洑) 중 처음으로 이포보가 개방된 지 20일째인 24일 이포보 상류 7㎞ 지점에 위치한 양화나루터의 모습(왼쪽). 수심이 얕아지면서 평소 강물에 잠겨 있던 모래톱이 드러났다. 환경부는 매일 공무원 2명과 지역 주민 8명을 동원해 16일간 강바닥에 나온 패류를 모아(오른쪽) 깊은 물에 방생하는 ‘어패류 구조 작업’을 펼쳤다. 지역 주민들은 “그래 봤자 강바닥에 숨어 있다가 눈에 띄지 못하고 썩어버린 조개가 훨씬 많아 소용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은 "주변 여건을 고려해 보 개방 수위와 기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정만 여주시 내양3리 이장은 "정부가 참석하라는 회의마다 가서 (보 개방을) 강력히 반대했는데 주민들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포보 일대는 개방 이전에도 수질 자체가 문제 된 곳이 아니었다. 현장 수질 조사를 맡고 있는 한강물환경연구소의 유승주 소장에 따르면 이포보를 개방한 뒤에도 이포보의 생화학적산소요구량(1.0~1.6㎎/L)은 지난해 평균(1.3㎎/L)과 큰 차이가 없었다.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미생물이 일정 기간 물속에 있는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의 양으로, 강물 오염을 재는 척도다.

오히려 여주 일대에 이틀간 60㎜가량 비가 쏟아진 지난 5일에는 생화학적산소요구량 농도(1.6㎎/L)가 보 개방 전보다 더 올라갔다. 수위가 낮은 강물 속으로 강둑에 쌓인 분뇨 등이 흘러든 탓이다.

보를 개방하나 안 하나 수질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정부가 굳이 이포보를 개방한 데 대해 일각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일대에서 4대째 살고 있다는 손기용 한강지키기운동본부 수석대표는 "수질 좋아지라고 개방하는 건데, 변화가 없으면 왜 개방하느냐"고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녹조 발생 우려가 큰 보를 우선 개방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4대강 16개 보 중 13개 보를 개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