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산림협력 회담 북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성준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이 22일 저녁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늘 회담과 같이 앞으로 이런 형식으로 계속 회담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남측에서 제기하는 회담에서 기대하지 않겠다."

지난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남북 산림협력회담에서 북측 단장인 김성준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은 "민족이 바라는 기대만큼 토론됐다고는 볼 수 없다"며 이같이 말한 뒤, 굳은 표정으로 회담장을 나갔다.

이날 회담에서 남북은 올해안에 10개의 북한 양묘장을 현대화하고, 내년 3월까지 소나무 재선충 공동방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모두 우리가 북측을 도와주는 사업이다. 남북 산림협력엔 내년도 예산 1137억원이 편성된 상태다. 정부로선 인도적 지원이라는 선의에서 산림협력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합의했지만 되려 꾸지람을 들은 격이 됐다.

북측은 왜 이렇게 불쾌감을 토로했을까. 남측 회담 수석대표인 박종호 산림청 차장은 회담 후 가진 브리핑에서 "북측에서 기대한 것이 많았는데 바로 추진할 수 있는 사항도 있고 논의해가면서 해야 할 게 있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이어 ‘더 논의할 문제에 대해 제재 문제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엔 "지금 말한 것도 포함되지만 관련국과의 협의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산림협력은 제재에서 자유로운 분야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간다고, 제재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걸리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서 그런 부분을 보면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차장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회담에서 북측은 빠른 시일내 산림협력 사업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으나, 우리측은 미국 등 관련국과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확답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공동 보도문엔 ‘단계적 추진’ ‘계속 협의’ 등의 표현으로 향후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김성준이 회담 말미 "소나무처럼 외풍과 역풍에도 흔들림없이 (남북이)손잡고 나가야 되겠다는 이러한 정신적 각오를 더 가다듬어야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정부는 남북 산림협력 사업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진행 과정에서 잡음이 일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이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산림협력과 대북제재는 기본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된다"면서도 "남북 간 교류 협력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대북 제재와 논란, 불필요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그(대북제재)특 내에서 진행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산림협력은 대북제재에서 자유로운 사업"이라면서도 "혹시 모를 논란이 일지 않도록 관련국과 협의하면서 진행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