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통용되는 모든 규칙에는 그걸 따르는 게 좋은 이유가 어김없이 존재한다. '아침에는 커튼을 젖혀라'라든가,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가야 한다'라든가.'

2012년 일본 나오키상을 수상할 때의 쓰지무라 미즈키.

일본 소설 '거울 속 외딴 성'〈아래 사진〉의 주인공 '고코로'는 세상에서 통용되는 규칙을 따르지 않는 중학생이다. 등교를 거부하고 온종일 커튼을 쳐놓은 어두침침한 방 안에 갇혀 있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중학생의 모험 이야기가 지난해 일본 서점가를 휩쓸었다. 서점 직원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투표하는 '2018 일본 서점대상'을 차지했다. 2위와 300점 이상의 차이로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발표 직후 아마존 재팬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발행 부수 50만부를 돌파했다.

최근 한국어판(알헤이치코리아)을 출간한 쓰지무라 미즈키(38)를 이메일로 만났다. 그는 "일본에서 등교 거부는 심각한 문제로 논의되고 있다"면서 "투표해주신 서점 직원들이 주인공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구하고 싶다'고 생각한 결과"라고 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허용하지 않았던 옛날과 달리 지금 일본은 '정말 괴롭다면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어요. 학교에 가지 않는다면 어떤 '배움'이 가능할지, 아이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고코로와 6명의 '등교 거부아'들은 늑대 가면을 쓴 소녀의 외딴 성(城)에 초대받는다. 방 안의 거울을 통해 연결된 성에 숨겨진 열쇠를 찾으면 늑대 소녀가 소원 하나를 이뤄준다는 설정. 7명의 아이가 등교를 거부하게 된 사연과 늑대 소녀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반전을 거듭한다. 판타지 소설이지만 어른들도 책에 빠져들었다. 쓰지무라는 "언젠가는 어린아이였을 누군가를 위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쓰지무라는 책을 내고 히키코모리 아이들을 만난 경험을 들려줬다. "아이들이 작품과 현실이 다른 지점을 지적해도 달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작가님도 실제로 등교 거부 학생이었죠?'라고 말해줘서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어요. 아이들에게 '동료'로 인정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국내에 '아침이 온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가 번역 출간돼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불안하고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해왔다.

그는 "제 인생을 돌아보면, 무엇도 잘하는 것이 없고 괴로웠던 시절이 사춘기 학교생활이었다. 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당시에는 그 거북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는데, 교실에서 한 발짝 떨어진 뒤에야 그 느낌을 생생하게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쓰지무라는 일본 최고 권위 나오키상 후보에 세 번 오른 끝에 2012년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수상했다. 당시 시골인 야마나시현 출신 작가의 27년 만의 수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자두·복숭아밭을 놀이터 삼아 자랐어요. 보통 도시를 '평균'이나 '중심'으로 생각하지만, 지방이나 시골이 더 큰 공간을 차지하잖아요. 저는 '시골 생활이 오히려 평균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공포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미스터리 연구회'가 있다는 이유로 지바대학에 진학했다. "주변의 가까운 곳에서부터 상상력을 발휘하곤 했습니다. 저 모퉁이를 돌면 도깨비가 있을지도 모른다, 혼자 화장실에 가면 어딘가 미지의 장소로 끌려가 버릴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세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소설을 쓰는 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