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은 18일 오후(현지 시각)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 이후 낸 공식 성명에서 교황의 북한 방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교황청 '넘버2'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교황은 (방북) 의향을 표명했다. 우리는 그것(북한의 초청장)이 공식화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계는 교황이 밝힌 것처럼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도착한 이후 북한 방문 문제에 관해 교황청이 공식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초청장 문제'가 해결된다면 최초의 교황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의 평양 방문이 북한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교황의 독재 국가 방문

교황의 외국 방문은 기본적으로 모두 '사목(司牧) 방문', 즉 신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교황의 방문은 예상 외의 '정치적 효과'를 낳곤 했다. 특히 독재 국가 방문은 개혁개방과 종교 자유의 바람을 일으켰다.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0~80년대 고국인 폴란드를 수차례 방문해 대규모 종교행사를 개최하면서 결과적으로 공산 독재 정권이 붕괴되는 데 일조했다. 그는 또 1980년대 쿠바를 방문, 1959년 공산혁명 이후 탄압받던 가톨릭 신자들이 신앙의 자유를 얻도록 변화시켰다.

북한의 유일한 성당인 평양 장충성당.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과 쿠바 관계 개선의 중재자로 나서 이듬해 양국이 국교 정상화에 이르는 데 일조했다.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쿠바를 이끌었던 동생 라울 카스트로는 2015년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후 미사에 다시 출석할 뜻을 밝혀 화제가 됐다. 다만 폴란드와 쿠바는 공산화 이전엔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였다는 점에서 극심한 종교 탄압을 해온 북한과는 큰 차이가 있다.

◇평양서 대규모 미사 가능할까?

교황의 방북은 교황 본인과 김정은 위원장 양쪽 모두에게 위험 부담이 큰 모험이다. 교황으로서는 북한의 정치적 선전에 이용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국내 천주교계 일각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김정은은 종교 자유와 인권에 대한 요구가 쏟아질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다. 북한이 지난 1991년 요한 바오로2세 초청을 추진하며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가 2개월 만에 포기한 배경도 가톨릭 신자가 급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밝혔었다. 북한은 2000년에도 교황 초청을 추진하다 내부 사정으로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교황청과 북한 양측이 디테일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북한은 사제가 한 명도 없다. 신자 수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교회법에 따르면 북한 지역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할 지역이다. 분단 전 3개 교구, 57개 성당이 있었지만 지금은 1988년 만든 평양 장충성당 한 곳뿐이다. 현재 평양교구는 서울대교구장, 함흥교구는 춘천교구장, 덕원교구는 왜관 베네딕도수도회 아빠스가 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다. 교황의 방북이 이뤄지면 평양공항에서 한국의 주교·사제가 교황을 영접할 수도 있다. 교황이 집전하는 행사는 최소 수만명 규모다. 북한이 300석이 채 안 되는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진행할지, 대규모 군중집회식 미사를 열 것인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