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를 창업한 트래비스 캘러닉(42) 전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방한해 자신이 시작한 신사업인 '공유 주방' 사업 설명회를 연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캘러닉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안 호텔에서 국내 요식·배달 대행 업계 관계자 80여 명을 초청해 공유 주방 사업과 한국 진출 방안을 발표했다.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도록 비공개로 행사를 진행했다.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를 창업한 트래비스 캘러닉이‘공유 주방’사업을 통해 한국에 진출한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던 캘러닉.

공유 주방이란 빌딩을 매입해 전체를 주방으로 만들고, 이곳에 수십여 개 레스토랑의 주방을 입점시켜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하는 사업이다. 캘러닉은 이를 '클라우드 키친(cloud kitchen)' 이라고 명명했다.

캘러닉은 작년 6월 우버에서 발생한 성희롱·성차별 사건의 책임을 지고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우버를 떠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곧바로 사업 현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3월 공유 주방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인 '시티 스토리지 시스템즈(CSS)'를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에 인수하고 CEO 자리에 오른 것이다. 캘러닉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첫 공유 주방을 만든 데 이어 두 번째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복수(複數)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캘러닉은 "한국에서 20여 개 이상의 빌딩을 매입해 공유 주방으로 만들 것"이라며 "수십여 개 레스토랑의 주방을 한 곳에 입점시키고 음식을 주문·배달해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신규 점포를 내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투자 리스크를 대폭 줄여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공유 주방을 활용하면 식당 인테리어나 홀 서빙 인력이 필요 없기 때문에 비용은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캘러닉이 한국을 아시아 거점으로 꼽은 이유는 한국이 배달 앱을 활용한 음식 주문·배달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또 미쉐린 별점을 받은 레스토랑(26개)을 비롯해 특색 있는 소규모 레스토랑이 많은 것도 유리한 조건이다.

캘러닉에게 한국은 극복해야 할 시장이기도 하다. 캘러닉은 2013년 한국에 일반 자동차를 호출해 탑승하는 우버X를 출시하고 차량 공유 시장을 열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과 불법 논란으로 2년 만에 철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캘러닉 CEO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한 참석자는 "캘러닉이 과거 우버를 한국에 무작정 도입하려다가 기존 업계의 반발과 규제에 밀려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 같았다"면서 "설명회에서도 국내 요식·배달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국내 시장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규제와 배달 업계 현황 등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캘러닉이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우버 지분 일부를 매각해 지난 3월 '10100'이라는 벤처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세계 창업계의 전설인 캘러닉이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며 "캘러닉이 공유 주방 사업으로 국내 네트워크를 확보한 뒤 성장성이 큰 요식·배달 대행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