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신청한 4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모두 반려한 사실이 알려지자 18일 경찰 내부가 들끓었다. "수사가 전·현직 검사를 겨냥하자 일부러 방해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면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때마다 '수사 방해'라고 반발해왔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애초 우 전 수석 개인이 아니라 법조 비리 전반을 파헤치는 것이 목표였지만 검찰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되돌려보내 수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3~2014년 변호사였던 우 전 수석이 변호사 선임계도 내지 않고 검찰 수사 무마 등을 대가로 10억 5000만원을 받았다며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우 전 수석이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던 현대그룹 비자금, 4대강 사업비리, 인천지검의 가천 길병원 횡령·배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의뢰인들의 증언과 계좌 등을 통해 이런 정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이 검사들에게 어떻게 청탁했고, 실제 사건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경찰은 우 전 수석의 개인 은행 계좌와 카드 사용 내용, 검찰청사 출입기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소명이 부족하다"며 반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보강 지시를 받고 변호사 출신 경찰과 법학 교수들에게 조언까지 받아 다시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했다"고 했다.

경찰은 당시 사건이 석연치 않게 종결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 수사 기록을 열람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검찰이 거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공문을 보내면 검찰이 협조해주던 부분인데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될 때마다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지난달 20일 대법원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어떻게든 구속 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기각을 위한 기각 사유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검찰의 영장 반려에 대해 한 경무관급 경찰은 "이래서 검찰에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줘선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에 대해 독립적 수사가 가능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