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치원 30곳을 상대로 납품하는 곳의 직원이라는 사람이 '유치원 비리가 불거진 후 납품량이 확 늘었다'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귤·사과 등 주문량이 4배, 야채와 계란은 2배 늘었다는 것이다. 유치원들이 이제야 아이들에게 정상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 사실 확인은 안 된 내용이지만 개연성이 있다. 경기도 교육청의 '2017년 시민감사관 활동보고서'는 유치원들이 영수증을 조작해 차액을 빼먹거나 부실한 식재료를 구매하는 등의 사례가 만연해 있다고 고발했다. 수박 한 통으로 100명이 먹거나 사과 한 개를 12~15쪽으로 나눠 먹이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유기농 우유에 일반 우유를 섞어 먹이면서 간식비를 비싸게 받아내거나 간식으로 제공되는 시리얼에 물 탄 우유를 부어 먹이더라는 학부모 증언도 나왔다. 엉터리 멀건 국물에 나물류의 반찬만 제공하는 유치원도 있었다. 자기 아이들이었다면 절대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립유치원은 정부로부터 매년 2조원, 한 곳당 연평균 4억7000만원의 지원을 받는다. 전국 사립유치원 6153곳 중 한 번이라도 감사를 받은 곳이 2058곳 있다. 그중에서 비리가 적발된 곳이 무려 1878곳에 달한다. 건수로 5951건의 비리가 있었고 289억원이 부정하게 사용됐다. 경기도 동탄의 한 유치원장은 정부 지원금 7억원으로 루이비통 가방과 성인용품을 사고 노래방에 갔다. 유치원 공금으로 650만원짜리 흙침대를 산 원장, 703만원어치 피부 관리를 받은 원장도 있었다. 정부는 비리 사립유치원 2100여 곳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형사책임도 물어야 한다. 유치원들이 학부모 카페나 홈페이지에 매일매일 급식 사진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유치원은 중요한 교육 기관이다. 특히 3~5세의 어린이들을 맡은 만큼 각별한 책임의식과 윤리가 요구된다. 그런데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다. 병든 사회의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