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前) 축구 국가대표 장학영(37)의 승부조작 제안 사실을 자진 신고한 프로축구 2부리그 아산 무궁화(경찰 축구단)의 이한샘(29)이 15일 "(승부조작을) 거절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프로축구선수 장학영의 승부 조작 제안을 거절하고 경찰에 신고한 프로축구 2부리그 아산 무궁화 이한샘

이한샘은 이날 구단을 통해 "고민할 것 없이 구단에 알리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한샘은 전날 안산 그리너스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도 "데뷔하기 전부터 큰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지기도 했고 친한 선배도 잘못한 적이 있었다"며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바로 신고를 했고,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팀이 선두를 달리고 있을 때 분위기를 해치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앞서 부산 중부경찰서는 전날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장학영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장학영은 지난달 21일 오후 10시 부산의 한 호텔에서 이한샘에게 다음 날 열리는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경기에서 전반 25~30분쯤 반칙해 퇴장을 당해 달라며 5000만원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샘은 장학영의 제안을 거부하고 이를 곧바로 경찰과 구단에 알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튿날 오전 1시쯤 호텔에 있던 장학영을 긴급 체포했다.

이한샘이 속한 아산은 장학영이 승부조작을 의뢰했던 지난달 22일 경기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2대 1로 이겼다. 이한샘의 소속팀 아산 무궁화는 현재 시즌 32경기 중 17승 9무 6패를 기록하며 현재 프로축구 2부 리그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구단 측은 "이 사건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부정방지교육을 받은 지 3일 만에 벌어졌다"며 "이한샘은 교육 당시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실천했다"고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사건 발생 직후 이 사실을 공개하려 했지만 공범 검거를 위한 경찰의 비공개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사건 발생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승부조작 제안이 있었던 호텔 폐쇄회로(CC)TV에서 장학영 일행으로 보이는 브로커가 5000만원을 받아 밖으로 나서는 장면을 확보, 공범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이한샘이 속한 아산은 2023년까지 의무경찰을 폐지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경찰청이 올해부터 신규 선수 선발을 중단하기로 해 팀이 해체될 상황에 놓여 있다. 경찰청이 선수 선발을 중단하면 아산은 전역자가 발생하는 내년 3월엔 선수가 14명밖에 남지 않아 K리그 참가 최소인원인 20명을 맞출 수 없다.

이 때문에 김병지·최진철·송종국 등 국가대표 출신들이 모인 사단법인 한국국가대표축구선수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선수 수급 중단 방침을 즉각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최소 2년간은 선수 수급을 유지하고, 점차적인 인원 축소를 통해 현재 복무 중인 선수들과 입대 예정인 선수들, 유소년 선수들의 불안을 최소화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