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가득한 노인들이 한 명씩 동영상에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기후 변화? 그거 심각하지. 하지만 (그게 문제가 될 때는) 나는 죽고 없어" "학교 총기 난사는 슬픈 일이야. 근데 난 학교 졸업한 지 50년도 더 됐네"…. 동영상은 이들이 "너희는 투덜이(whiners)이지만, 우리는 행동하는 사람(doers)이야. 우리는 투표장에 있을 거야. 하지만 너희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장담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미국의 광고 회사 '네일 커뮤니케이션스'가 지난달 제작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동영상이다. 영상의 제목은 '투표해(Knock the Vote)'. 투표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를 자극해 11월 중간선거에 참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1981~ 1996년생) 투표소 보내기' 캠페인이 봇물 터지듯 일어나고 있다. 캠페인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기업과 비영리재단, 개인들이 주도한다. '투표해' 동영상을 만든 네일 커뮤니케이션스는 2014년 로드아일랜드주(州)에서 오바마 정책 광고 작업을 했던,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된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선거판 주요 변수로 자리매김한 것은 수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대별 유권자 집단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베이비 붐 세대(1946 ~1964년생)에 버금간다. 2016년 미국 인구 조사 결과 베이비 붐 세대는 7400만명, 밀레니얼 세대는 7100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젊은 이민자들의 유입세가 지속되면 2019년 전후해선 이들 숫자가 7300만명으로 같아지고, 2019년 하반기부터는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 붐 세대를 앞지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59%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승리의 큰 동력이 될 뿐 아니라, 2020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투표에 가장 소극적인 집단이라는 점이다. 2016년 대선에 참가한 세대별 유권자를 보면 사일런트 세대(1945년 이전 출생) 투표율은 70%, 베이비 붐 세대가 69%인 반면, 밀레니얼 세대 투표율은 51%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CNN은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 내 가장 막강한 정치 세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마음만 먹는다면"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지난 8월 뉴욕 패션계와 사회 운동가들은 '모델 시민은 투표한다(Model Citizens Vote)'는 이름의 합동 캠페인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많은 팔로어를 이끌고 있는 모델과 패셔니스타들이 '저항=투표(Resist=Vote)' '트럼프 저지(Stop Trump)'와 같은 구호가 적힌 맞춤형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온라인에 게재하는 방식이다. 유행의 최첨단에 있는 모델을 등장시키는 것이 패션과 유행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현재까지 청각장애인 트랜스젠더 모델 첼라 만, 플러스 사이즈 모델(일반 모델보다 체구가 풍만한 모델) 바비 페라이라 등 40여명이 참가했다. 캠페인을 기획한 사회 활동가 코디 마일스톤은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을 바꾸기 위해선 젊은 유권자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