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재발방지위) 진상조사단은 11일 "박승춘 전 보훈처장 시절 이념적 편향만 좇았고, 업무 수행 자체가 심각하게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이 '이념 편향'으로 제시한 근거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 등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다. 피우진 현 보훈처장도 책임이 있는 사안도 있었다.

보훈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박 전 처장을 정치 관여 의혹과 관련 기관 관리 감독 소홀 등 네 가지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 했지만, 지난 6월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이후 보훈처는 재발방지위를 꾸리고 경찰청에서 경찰관 4명을 파견받아 박 전 처장의 위법·부당행위를 조사해 왔다. 보훈처의 박 전 처장 관련 조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진상조사단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의 국가보훈처가 법률이 정한 독립·호국·민주 유공자의 헌신과 희생을 선양해야 한다는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다"고 했다. 박 전 처장이 호국(참전) 유공자만 챙겼다는 것이다. 보훈처는 당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부감을 이유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고 했다. 그 근거로 지난 2009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관계자와 보훈처 관계자 통화 내용 문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통화 내용에는 두 전직 대통령이 거부감을 느꼈다는 발언은 없다. 이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자료를 보고 충분히 추정했다. 그런 차원에서 전직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보훈처는 또 2016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참전유공자 신규 등록은 2만8479명인데, 독립유공자는 4명뿐이라면서 이것이 "(박 전 처장의) 편향된 업무 추진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작년 5월 피우진 현 보훈처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독립유공자 등록 실적은 거의 없다. 올해 8월까지 1명뿐이다.

이번 진상조사를 주도하는 재발방지위는 총 6명으로 구성됐는데, 김양래 5·18 기념재단 이사 등 모두 진보 성향 인사로 알려졌다. 보훈처 내부에서도 "박 전 처장을 비판하는 보훈처 역시 이념적 편향에 빠져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