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묵 군산해양경찰서장(왼쪽)과 3010함 태평양 10호 이현관 함장이 중국 어선단체가 보내온 금기를 들고 기념촬영했다. 군산해경 제공

중국 태주시 사외어업협회,
금색 깃발과 편지 보내와
군산해경 화재선박 구조에 감사

지난 10일 오전 전북 군산해양경찰서 박종묵 서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와 함께 금기(锦旗·붉은색 바탕에 금색으로 수놓은 깃발)가 배달됐다.

발신인은 중국 태주시 사외어업협회.

금기에는 ‘相救之恩重如山, 救火之情深似海’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었다. 도움의 은혜는 태산과 같이 무겁고, 불 속에서 구해준 정은 바다와 같이 깊다는 내용이었다.

A4 한 장 분량의 편지엔 ‘절명의 순간에서 해양경찰의 사이렌 소리와 불빛을 보는 순간 희망을 보았고, 제2의 삶을 살게 해줘 감사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불법 조업으로 한국 바다를 휘젓는 줄만 알았던 중국 어선단체가 한국 해경에게 고마움을 전한 사연은 이렇다.

군산해경은 지난달 19일 오전 2시 45분쯤 군산시 어청도 남서쪽 137㎞ 해상에서 중국 어선 A호(159t급)에서 불이 났다는 구조신호를 받았다. 해경은 3000t급 경비함을 급파해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선장 오모(48)씨를 비롯한 선원 9명은 배 전체로 퍼진 불길을 피해 선미에 모여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해경 대원들은 10분 만에 이들을 모두 구조해 경비함에 옮겨 태웠다. 구조 5분 후 불길은 선미까지 번졌다.

오씨는 중국으로 돌아가 이 사실을 태주시 사외어업협회에 알렸고, 협회 차원에서 군산해경에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군산해경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자국의 경찰·병원·정부기관에서 받은 도움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금기를 보내는 경우가 있지만, 외국 정부기관에 이를 보내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종묵 군산해경서장은 “불법조업 단속 등으로 해경을 상당히 껄끄러워하는 중국 어선 단체가 선원들을 구해준 데 대해 매우 감사한 마음을 직접 표현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