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19.77위안' 주장 뒤늦게 확산... 넉달전 인터넷 글에 中 경제학자 잇따라 반박
'은행 지준율 인하發 위안화 절하압력' 입장 바꾼 인민은행...커지는 딜레마 반영

"달러당 7위안이 뚫리는 건 두려워말라. 두려워해야할 건 달러당 19.77위안이 되는 것이다. "

중국 인터넷에 최근 떠돌고 있는 이 글을 두고 제도권 경제학자들이 잇따라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내주로 예정된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미국 관리들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압박 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급격한 위안화 절하에 대한 우려가 중국에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위안화 가치는 올해 3월 고점에서 10.9% 하락해 달러당 6.92위안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올들어 4번째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를 결정한 인민은행은 "유동성 확충이 위안화 절하압력을 낳는다"는 입장을 2년여만에 바꾸는 등 미중 무역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확대 정책이 가져올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을 두고 양측이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국의 환율정책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연내 사임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거래할 준비를 하지 않아 우리가 수차례 회담을 취소했다"며 2670억달러 중국산 수입상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종산(鐘山) 중국 상무부 부장(장관)은 블룸버그통신을 통한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한 미·중 무역전쟁 백서를 중국 정부가 발간한 데 이어 가장 강력한 대응이라고 평했다.

♢ "환율에 영향주는 건 물가⋅자산가격⋅대출 증가이지 통화량 아니다"

중국 외환관리국 국제수지국장을 지낸 관타오(管涛⋅사진) 중국 금융 40인포럼 고급연구원은 9일 포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달러당 19.77위안이 돼야한다는 주장은 군중심리에 영합한 말이자 고의로 과장해 듣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주장이 널리 퍼지는 건 비관적인 정서가 주도하는 상황에서는 시장이 호재보다 악재를 선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달러=19.77위안’ 주장은 총통화(M2)/국내총생산(GDP) 비율이 미국과 같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를 기준으로 중국의 적정 M2를 8조 8000억달러로 추정하고 올 1분기말 중국의 M2가 17조 9900억위안인 것을 감안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19.77위안이 돼야한다고 주장한다.

관 연구원은 "환율에 통화팽창(인플레)이 영향을 준다는 구매력평가이론, 자산가격이 영향을 준다는 자산포트폴리오이론, 신용대출이 통화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모형 등이 있으며 이들이 모두 통화 공급과 관련은 있지만 통화발행량이 환율 수준을 직접 결정한다는 이론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M2/GDP가 미국보다 크다는 게 위안화 환율이 고평가됐음을 반드시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양국의 물가상승률이 2% 안팎으로 차이가 크지 않고, 중국과 미국 모두 자산거품이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부동산, 미국은 증시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이다.

홍콩 시저(西澤)캐피털의 자오젠(趙建) 수석이코노미스트도 9일 신랑에 올린 글을 통해 ‘달러당 19.77위안’ 주장을 두고 "엉터리 계산을 통해 위안화 절하 긴장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폄하했다. 자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GDP를 비교하면서 중국 수치를 달러당 6.757위안으로 환산했다"며 "달러당 19.77위안 환율 결론을 끌어내기 위한 수식에 다른 환율을 적용한 수치를 대입시키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직접금융 위주, 중국은 은행 대출 같은 간접금융위주로 금융구조가 다르고, 양국은 통일된 시장이 아니어서 자유로운 통화 유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화량을 간단히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달러당 19.77위안’ 주장은 지난 6월말 중국 인터넷에 처음 등장했지만 최근 위안화 절하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관 연구원은 "2016년말 달러당 7위안을 지킬 것이냐 외환보유액 3조달러를 사수해야하는냐를 놓고 논란이 일때 유행했던 ‘통화 발행이 위안화가치를 결정한다’는 논리의 업그레이드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논리는 위안화가 절하 되지 않으면 중국이 미국을 살 수 있기때문에 위안화가 달러 대비 절하되는 건 필연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고, 이는 위안화 공매도를 부추기는 근거가 됐다.

♢커지는 인민은행 딜레마

인민은행은 2016년 2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빈번한 은행 지준율 인하가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지고, 시장의 금리를 떨어뜨리고 통화완화 기대를 쉽게 높임으로써 위안화 절하 압력을 높이고 외환보유액을 줄일 수있다고 지적했다.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은 인민은행이 경기둔화 우려가 컸던 2016년 한차례만 지준율을 내린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자금의 역외이탈 움직임이 있었고, 인민은행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1조달러 가량의 외환보유액을 투입해 위안화 절상에 나섰었다.

하지만 인민은행이 15일부터 은행 지준율을 1%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한 지난 7일 홈페이지에 올린 질의 응답형태의 설명문은 2년전 우려와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올해 4번째인 이번 지준율 인하가 미칠 영향과 관련, "은행 유동성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시장 금리가 안정적이고, M2 및 사회융자규모의 성장률과 명목 GDP 성장률이 기본적으로 조화를 이뤄 위안화 절하 압력을 형성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인민은행은 "비교적 강한 경쟁력을 가진 수출, 내수위주의 중국 경제와 비교적 완정된 제조업 시스템, 적절한 수입의존도 등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인 균형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조건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유동성 확충에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 2016년과는 달리 경기대응 요소(counter-cyclical facto, 역주기 요소)를 통해 환율 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급락을 막기 위해 기준환율 산정 변수로 전날 종가와 복수통화 환율에 경기대응요소를 작년 5월 추가했다가 올 1월 뺐지만 8월에 이를 재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이 홍콩 역외위안화 시장에서 금리 인상을 유도하는 식으로 위안화 절하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홍콩의 위안화 은행간 대출금리(Hibor⋅하이보)가 하루짜리의 경우 지난주 1.745%에서 5%로 급등해 지난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주일짜리 금리는 현재 7.6%로 지난주 대비 4%p 급등해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중국은 과거에도 역외 위안화 금리를 높여 위안화 공매도에 나서는 투기꾼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식으로 위안화 절하 방어에 나선 적이 있다.

♢미국, 중국 상대 환율조작국 카드 꺼내드나

미중 무역협상 미국측 대표이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실무부처의 수장인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에 '경쟁적 통화 절하'(competitive devaluation)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

므누신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재무부가 통화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모니터하고 있다면서 올해 중국 위안화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언급했다. 앞서 재무부의 고위 관리도 지난 8일 기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위안화의 변동 추이를 긴밀히 모니터하고 있다면서 "최근의 위안화 절하는 여전히 우려스럽다"고 중국을 압박했었다.

므누신 장관은 또 중국과 무역협상의 일환으로 위안화 환율문제를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양국의 추가 협상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협상은 커녕 양측이 물러서지 않는 입장 표명을 이어가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산 상무부 부장(사진)은 10일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미국이 계속해서 관세를 인상하면 중국이 굴복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그들은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모른다"며 "이 불굴(不屈)의 국가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외국의 괴롭힘을 당했지만,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조차 절대 굴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종산 부장은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에 맞설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결심과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8일 베이징에서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났지만 양국간 무역을 비롯 남중국해 대만 등 각 방면에서 입장차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지난 8일 방중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왕이(王毅)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양제츠 (楊潔篪)중앙 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면전에서 "잘못된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3시간 머물러 역대 미국 국무장관 방중 가운데 가장 짧은 체류시간을 기록했다. 또 지난 6월 첫 방중때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이번엔 만나지 못했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지난해 두차례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리고 그 이전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임기내 8차례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모두 중국 최고지도자와 회견했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9일 "우리가 중국의 재건을 도왔다. 만약 우리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중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양방향 통행이어야 하는 것이 25년 동안 일방 통행이었다"며 "우리는 그걸 양방향 통행으로 만들 것이고 우리 또한 이익을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9일 "미국 관리들은 중국의 구체적인 양보 명단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무역 협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이 만나게 되면 무대는 내달 30일 아르헨티나에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