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인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정한아의 장편 '친밀한 이방인'은 여성 주인공 '이유미'의 가짜 인생을 그린다. 이유미는 엉뚱하게 학력을 위조하면서 꼬이기 시작한 삶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계속 거짓말을 지어낸다. 여성 작가 '나'가 그녀를 좇는 이야기가 겹쳐진다. ㅡ편집자


정한아는“소설의 두 주인공이 분열된 나 자신을 프리즘처럼 비추고 있다”고 했다.

[작가의 말] 그녀들은 분열된 나를 비추는 프리즘

'친밀한 이방인'은 두 여성의 이야기다. 결혼 후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나는 진정한 의미의 여성적 정체성에 눈을 떴다. 두 주인공은 분열된 나 자신의 모습을 프리즘처럼 비추고 있다. 만일 내가 현실에서 이유미와 같은 사기꾼을 만나게 된다면 상종도 못 할 인간이라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나는 누구보다도 이유미 곁에 가까이 가 보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그녀와 오랜 시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진심으로 즐겼다. 나는 이 완전히 실패한 인생의 이야기가 나와 당신, 우리 모두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ㅡ정한아 소설가


[심사위원 評]

정한아의 '친밀한 이방인'은 가짜 인생을 다룬다. 이런 소재는 한국문학에서는 희귀한 일에 속한다. 개인의 고유한 삶이 소중하게 모셔지게 된 현대사회에서 '가짜 인생'은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망의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본래의 자기라고 믿어 온 존재를 거리낌 없이 배반하는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라, 범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충동들에도 아주 다양한 사연이 있다.

'친밀한 이방인'의 이유미는 왜 그랬을까? 이 물음은 독자의 호기심 이전에 소설 자체의 호기심을 형성한다. 열어 볼 때마다 작은 크기의 닮은 인형이 계속 나오는 '마트료시카'처럼 단서는 의혹을 담고 계속 출현한다. 그렇다는 것은 이유미의 사기극이 처음에는 세상 속이기에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거듭되는 자기 속이기로 발전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미궁은 미궁을 파고, 소설을 좇는 독자의 눈길은 복잡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이 진실과 허위의 변증법 속에서 필경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가면무도회가 넌지시 비추는 것은 한국인의 자기 자신에 대한 소망과 현실 사이에 파인 균열, 날마다 목격하는 땅 꺼짐이다. 넓혀 말해 당당한 민주공화국과 성숙한 시민의식 속에서 자유로운 개성의 발현을 즐기는 품격 있는 현대인에 대한 가득한 기대와 요란하기만 한 다중사회와 조울증을 앓는 대중과 저급문화의 창궐로 지저분한 세태 속에서 '자존감 없음'의 방망이를 매일 맞는 현실 사이의 괴리가 바로 이 소설의 골목마다에 낱낱이 투영돼 있는 것이다.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독자는 궁금하지 않은가? 스포일러는 여기 없으니 서둘러 읽어 보시라. ㅡ정과리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