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올 들어 네 번째로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핵화 후속 조치,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을 놓고 담판을 벌였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동 시간은 총 3시간 30분이었다. 오전엔 두 시간 동안 영변·동창리 시설 검증·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 등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주장하는 연내 종전 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놓고 비공개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시·장소도 주요 의제였다.

트럼프가 올린 美北 비공개회담 장면… 북측은 김정은·김여정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올 들어 네 번째로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핵화 후속 조치,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을 논의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비공개 회담 모습. 왼쪽부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폼페이오 장관,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 코리아미션센터장, 북측 통역(추정), 김정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이후 한 시간 반 동안 백화원 영빈관에서 업무 오찬을 함께했다. 미측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이 배석했고 북측에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나왔다.

김정은은 오찬장 이동 중 폼페이오에게 "처음 이야기를 나눈 뒤 오늘 식사까지 하고, 대화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네 번째 방문이니 다른 사람보다 낯설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폼페이오가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김정은은 식사 전 폼페이오와 악수 후 "오늘은 양국의 좋은 앞날을 기약하는 아주 좋은 날"이라고 했다. 폼페이오도 "매우 성공적인 오전이었다"고 했다. 식사 메뉴는 푸아그라, 소라고둥 수프, 스테이크, 송이구이, 레드와인 등 코스 요리였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동에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비핵화 합의 등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美 참관·상응 조치 논의"

폼페이오는 이날 당일치기 방북 후 오후 5시 13분 전용기 편으로 경기도 평택의 오산 미군 기지에 도착했다. 도착 직후 트위터에 김정은과의 사진을 공개하며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는 좋은 여행을 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와 관련해 계속해 진전을 이뤄갈 것이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청와대는 면담 후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와 미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관한 협의가 있었고, 미국이 취할 상응 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평양 공동선언에서 '유관국 전문가 참관하 동창리 엔진 시험장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 조치 후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 의사를 밝혔었다. 외교 소식통은 "동창리 부분은 충분한 의견 접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영변 핵 시설 폐기 전 신고·사찰은 아직 입장 차가 큰 것 같다"고 했다. 영변 시설 폐기와 종전 선언을 맞바꾸는 '빅 딜'은 오스트리아 빈 실무 회담을 통한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실제 일본 언론들은 6일 도쿄에서 열린 폼페이오와 아베 신조 총리 간 회담 소식을 전하며 "종전 선언이 시기상조라는 데 양측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폼페이오는 도쿄로 가는 길에 경유한 알래스카에서 "우리가 (비핵화라는) 목표를 이루면 정전 협정을 끝내기 위한 평화 협정에 서명할 텐데 중국이 그 일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전 협정을 대체할 평화 협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종전 선언 언급은 피한 것이다. 동시에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는 8일 중국에서 왕이 외교부장 등을 만날 예정이다.

北 화학무기·제재 언급한 폼페이오

폼페이오는 6일 아베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북에서) 미사일 프로그램, 생화학무기,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우리는 북한 비핵화 성공을 위해 완전히 조정되고 통일된 시각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방북 직전 '작전 회의' 성격인 일본 방문에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실제 역대 미 행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 466건 가운데 236건(50.6%)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뤄졌다. 올 들어서도 제재 발표 횟수가 작년과 같은 8차례다. 당분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추후 협상 흐름을 장담할 순 없다. 이번 방북에 동행한 미 국무부 관리는 "이번 방북이 지난번보다 좋았지만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따르면 영변 핵 시설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한이 '영변 핵 시설'보다 폭넓은 어떤 것을 제안한다면 중요한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