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오광진 조선비즈 특파원

호텔에서 룸서비스하는 로봇, 추천 상품 진열대 가는 노선이 바닥에 표시되는 미래형 편의점, 차량과 소통하는 스마트 고속도로, 200명의 교통경찰을 실시간으로 지휘하는 인공지능(AI) 두뇌, 고객 주문을 받는 음성인식 AI 점원.

지난달 19일부터 22일까지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윈치샤오전(雲棲小鎭)에서 열린 알리바바 연례 최대 기술축제 윈치(雲棲)대회에 선보였거나 예고된 신기술들이다. '디지털 중국 강화(Empower digital china)'를 주제로 내건 이번 대회에서 알리바바는 로봇 자동차 도시 상점 반도체 등 다방면에서 신기술을 체험하게 하고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64국에서 200여 개 첨단 기업이 참여한 기술박람회도 함께 열렸다.

◇호텔 룸서비스 로봇

키가 1m 남짓한 박스형 로봇에 로봇 팔이 음료수를 차곡차곡 넣는다. 무인 물류 창고의 모습 같지만 윈치대회에서 알리바바가 호텔 룸서비스 로봇을 시연하는 모습의 첫 장면이다. 박스형 로봇에는 안면 인식 장치가 있어 주문한 고객의 신원을 확인한 뒤, 덮개를 자동으로 열고, 주문 음료를 빼내기 쉽게 위로 올려 준다. 알루미늄 케이스로 싸인 박스형 로봇엔 다중센서가 있고 장애물을 피하고 초당 1m 속도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갔다. 세탁물 운반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게 알리바바의 인공지능(AI) 스피커 티몰 지니다. 작년 7월 출시돼 11개월여 만에 300만대 팔린 티몰 지니는 고객의 주문을 알아듣고 로봇에 명령을 전달한다. 티몰지니는 중국 AI 스피커 시장에선 1위, 세계에선 아마존 구글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알리바바 룸서비스 로봇은 항저우에 있는 호텔에 이달 중 시범 적용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이 로봇을 병원 식당 사무실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할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이 2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차의 파트너 스마트 고속도

무인 자율주행차가 호텔 앞에 도착하면 어디에 주차 공간이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율 주차를 하게 하는 이른바 자동 발레 파킹(AVP) 설루션도 알리바바가 응용을 시도하는 기술이다. 알리윈(알리바바 클라우드)과 독일의 보쉬는 윈치대회에서 이를 중국에 함께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중국지주회사 이혁준 정책기획실장은 "무인 자율주차 기술은 수년 전 상용화됐지만 AVP 설루션은 자동차와 주차장 간 소통을 가능케 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자동차 산업이 사람과 자동차 간의 연결 중심에서 자동차와 건물, 자동차와 도로 간 연결로 확산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볼보와 내년부터 티몰 지니를 장착한 차량 안에서 집안의 습도와 온도 조명은 물론 가전제품을 살피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 AI 설루션 업그레이드 계획을 발표했다. 차와 가정의 연결이다. 티몰 지니와 이미 연계된 가전제품은 90개 브랜드 600여 종에 이른다. 마 회장은 "휴대폰에 OS가 들어가면서 스마트폰 기능의 80% 이상은 전화 통화와는 관련 없게 됐다. 앞으로 자동차도 80%의 기능은 교통수단과는 무관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알리바바 기술 축제 '윈치(雲棲)' 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미래형 마트 전시관을 체험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시선은 자동차에 머물지 않는다. 윈치대회에서 내비게이션 앱 가오더(高德) 등과 협력해 스마트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후샤오밍(胡晓明) 알리윈 총재는 "길은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고, 인터넷은 정보화시대 인프라로 양대 인프라가 역사적으로 교차하고 있다"며 "길을 인터넷상에 깔아 스마트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스마트고속도로는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일반 자동차의 운전자에게 '천리안'을 제공한다. 도로가 앞길에 싱크홀이 생겼는지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단순한 교통 정체 상황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수준보다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알리바바는 이번 윈치대회에서 항저우시로부터 자율주행차량 시험주행 면허를 받았다.

◇항저우의 도시 빅브레인 실험

알리바바는 윈치대회에서 항저우 도시 빅브레인 2.0을 발표했다. 실시간으로 200여 명의 교통경찰에 지시를 내릴 수 있는 AI 시스템이다. 빅브레인을 처음 도입한 2016년 이후 항저우의 교통 정체율 전국 도시 순위는 5위에서 57위로 급전직하했다. 빅브레인 도입 이후 연간 7000만명이 항저우시립의원에서 진료받기 위해 쓰는 시간을 평균 2시간 단축시켰다. 알리바바는 항저우의 빅브레인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천년대계로 조성하라고 지시한 신도시 슝안(雄安)신구에 적용하고,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등에도 수출하기로 했다. 후샤오밍 총재는 "100년 전 런던이 세계에 지하철을, 파리가 하수도를, 뉴욕이 전력망을 수출했다"며 "항저우는 알리윈과 함께 디지털도시 설루션으로 세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주문 알아듣는 AI 점원

윈치대회 주회의장이 있는 건물 바깥에 설치된 KFC 임시 매장. 말 알아듣는 AI 메뉴 주문 시스템을 시연해보느라 긴 줄이 형성됐다. 인근에 전시된 티몰 미래점은 단순 무인 점포 이상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미래형 마트다. 알리페이 앱으로 QR코드를 긁어 입장한 뒤 무인 쇼핑 안내데스크에 가면 자동으로 얼굴을 인식해 과거 구매 기록을 기초로 메뉴를 추천한다. 추천된 상품이 있는 곳까지 안내하는 선이 바닥에서 반짝거린다. 진열대에 있는 상품을 집어드니 다른 상품과 함께 사면 할인해준다는 안내 정보가 뜬다. 상품 판매 상황에 따라 할인 행사가 자동 안내된다. 현장 안내 직원은 티몰 미래점 대규모 상용화에 1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점주는 이 가운데 일부 기능만을 빼서 채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항저우 시후(西湖) 인근에 있는 이니스프리 매장은 입구에 티몰 신유통 콘셉트점이란 팻말이 걸려 있다. 지난 7월부터 알리바바가 제공한 스마트 미러 등이 설치돼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지 점원은 "스마트 미러 앞에서 고른 립스틱을 직접 바른 것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건 한국에도 있지만 이를 곧바로 구매할 수 있게 인터넷에서 안내해주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미래 기술을 연구할 때 기술 자체보다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해 윈치대회에서 "(연구자의 자기 만족을 위한) 즐기기만을 위한 연구도, (회사의) 이익만을 위한 연구도 오래가지 못한다"며 "이익을 내면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리바바가 응용 기술에만 매달리는 건 아니다. 지난해 설립한 글로벌 연구기관 '다모위안(達摩院) 초대원장을 맡은 장젠펑(張建鋒) 알리바바 최고기술담당임원(CTO)은 "전기와 컴퓨터 같은 획기적인 기술 혁신이 다모위안에서 탄생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