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의 기존 방침을 뒤집고 "유치원 영어 방과 후 수업을 허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은 공교육정상화법(일명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올해 3월부터 금지된 상태다. 이 때문에 "유치원생은 배워도 되고, 초등 1~2학년생은 못 배우는 '이상한 영어 교육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어 수업 논란은 애초 '초등 1~2학년'부터 시작됐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 선행학습금지법이 시행되자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을 금지하려 했다가 "비싼 학원에 가란 말이냐"는 학부모 반발에 물러섰다. 당시 교육부는 "영어 정규교육이 3학년 때 시작하기 때문에 1~2학년 때 영어를 방과 후에 배우는 것은 '선행 학습'"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를 가르치던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에 정부는 영어 방과 후 수업만 올 2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고, 3월부터는 유예 기간이 끝나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을 금지했다. 지난해 영어 방과 후 수업을 들은 초등학생 총 29만4578명 중 1~2년생이 43%(12만5434명)에 달했다. 올해부터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을 금지하자 수강생이 작년보다 13만명 줄었다.

교육부는 작년 12월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 후 금지 시행에 앞서 일관성 차원에서 유치원까지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했고, 국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물러섰다. 그런데 유은혜 장관이 취임 직후 "유치원부터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미 금지한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과 엇박자가 난 상황이다.

유 장관은 5일 세종시 한 초등학교 학부모 간담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초등 1~2학년 영어 수업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유치원에 이어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도 결국 다시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유 장관이 밝힌 대로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을 허용하려면 선행학습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미 자유한국당 박인숙·조훈현 의원이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교육계에선 "야당이 주장했고 여당도 입장을 바꿨기 때문에 법 개정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법 개정이 올해 통과되더라도 적용은 내년 신학기가 될 전망이다. 적어도 올 한 해 동안은 '유치원은 영어 수업 허용, 초등학교 저학년은 금지'하는 이상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한편 '초 3 이전 조기 영어 교육'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금지'에서 '허용'으로 1년 만에 오간 데 대해 "너무 즉흥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교육부 박춘란 차관은 지난 3월 법안심사소위에서 "초등 방과 후 선행 교육을 허용하면 '정규 교육 과정은 금지하고 방과 후는 가능한'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니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수석전문위원 의견에 동의했다. 그런데 7개월 만에 법 개정을 하는 쪽으로 교육부 스스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서울교대 홍선호 교수는 "영어 교육 정책은 영어 교육 환경 변화, 교육 프로그램과 교사 전문성 등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고 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지나치게 여론에 의해 급작스럽게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