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 분야를 넘어 군사·안보 영역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곧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3일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의 메시지가 미·중 양국 간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펜스 부통령은 4일 오전 11시 미국 정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對)중 정책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WSJ이 입수한 연설문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중국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정책과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018년 10월 4일 미 정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사진은 2018년 9월 20일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열린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는 펜스 부통령.

펜스 부통령은 연설에서 "중국은 자국 정책과 관련한 미국인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배우, 정계 인사, 선전 매체를 동원해왔다"며 "우리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가 최근 나에게 말했듯, 중국이 미국에서 하는 일에 비하면 러시아는 약과"라고 말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연설문에서 중국이 미국의 국내 정책과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보다 사전적이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고, 자국의 이익 신장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접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기업, 영화 스튜디오, 대학, 싱크탱크, 언론인, 정부 관계자들에게 보상을 주고, 강압적 지시를 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대통령을 원할 것이라며, 중국은 올해 11월 열릴 중간선거와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여론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전례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8년 9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의 주장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발언한 ‘중국의 미 선거 개입’과 일맥상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중국이 무역 갈등과 관련한 보복으로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개입하려 한다고 했다.

이날 이 자리에 참석했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왕 부장은 "우리는 다른 국가의 일에 간섭하지도 않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중국을 향한 불확실한 혐의를 거부한다"고 했다. 왕 부장은 또 28일 유엔총회 일반 연설에서 미국과 갈등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협박이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4일 연설에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양국 간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할 예정이다. 미 CNN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연설문에서 중국이 미국에 ‘무모한 괴롭힘’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펜스 부통령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함선이 남중국해 해역에서 충돌할 직전에 이르렀던 상황을 재조명했다. 미 해군 구축함 디케이터함은 지난달 30일 ‘항행의 자유’ 작전의 일환으로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게이븐 암초 인근 해역을 항해했다. 그러자 이날 오전 8시30분쯤 중국 해군 소속 중국의 뤼양(旅洋)급 구축함이 디케이터함 앞 45야드(41m)까지 접근해 해당 해역을 떠날 것을 경고했다.

2018년 9월 30일 남중국해 해역에서 미 해군 구축함 디케이터함(왼쪽)과 중국 해군 소속 중국의 뤼양(旅洋)급 구축함이 충돌 직전에 이르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당시 상황을 "무모한 괴롭힘"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미 해군은) 국제법이 허용하고, 우리 국익이 요구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비행하고 항해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에) 겁먹지 않고,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대만 문제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하지만, 대만의 민주주의 수호는 중국인에게 더 나은 길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면서, 대만 수교국에 단교를 강요하고 중국과 수교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중국의 행보를 비판할 예정이다.

미·중 양국 간 갈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펜스 부통령의 연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CNN은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중국과 관계 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의 영향력을 둘러싼 양국의 전쟁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고조됐고, 남중국해 영토 문제, 스파이 활동 등을 둘러싼 분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중국은 10월 말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과 외교·안보 회담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펜스 부통령의 연설이 양국 간 갈등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CNN은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중국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했다.

리 첸 홍콩대 중국학 부교수는 "펜스 부통령의 연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갈등이 무역 분야를 넘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며 "이에 (양국 갈등의) 조속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는 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