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는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청와대·정부 예산 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해 40여 분간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심 의원이 '감사관실용'이란 경고가 뜨는데도 무시하고 들어간 것"이라고 하자 일부 야당 의원은 "당신이 정권 대변인이야?" "공직자 자격이 없다"고 고함을 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불법' 공세를 이어갔다. 심 의원이 청와대가 심야 시간에 카드를 사용한 업소명을 열거할 때 여당에선 "불법을 합리화하지 말라" "검찰에서 이야기하라" 등의 말이 나왔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 "당신들도 똑같다"고 소리쳤고,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동연(왼쪽) 경제부총리와 심재철(오른쪽) 의원이‘청와대·정부 예산 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해 정면충돌했다. 김 부총리는“심 의원 측이 190여 차례에 걸쳐 100만건 이상 불법 다운로드를 했다”고 주장했고, 심 의원은“100% 정상적으로 접속해서 자료를 열람했다”고 맞섰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예산 편성과 집행 등 중요 재정 정보를 통합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을 구축했다. 정부는 이후 10년쯤 민간 회사에 운영을 맡겨 오다,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2016년 7월 한국재정정보원을 설립했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정보 유출 사건이 터졌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낳은 근본 원인인 부실 관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 청와대와 기재부가 '불법성'을 집중 부각하는 것은 '논점 흐리기' 작전이라는 게 야당 측의 의심이다.

①자료 습득, 우연인가, 해킹인가?

심 의원 측 정연철 보좌관은 "디브레인에 정상적으로 접속했고, 각 부처 예산을 검색할 수 있는 화면에서 '대통령실'을 우연히 클릭했더니 '조건에 맞는 값이 없다'는 문구가 떴고,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기 위해 백스페이스키를 두 번 눌렀더니 새로운 화면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이러한 방법을 찾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을 것으로 본다"며 "백스페이스를 누른 후에도 '5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5단계 과정'은 자료를 검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경로의 개수일 뿐 복잡한 방법이 동원되는 건 아니다. 백스페이스를 누른 뒤 새로 뜬 화면에서 'dbrain→공유 리포트→new root→통합재정통계→카드청구 내역승인' 항목을 순서대로 클릭하면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불법적인 방법이 동원됐다는 기재부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 송재승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백스페이스를 누르는 것은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관리 미비로 인한 자료 유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호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은 "정부가 관리하는 시스템이 허술하게 뚫렸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청와대·정부 예산 정보 유출 논란'이 벌어진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화면.

②'불법성' 인지 여부

기재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심 의원이 유출된 자료가 비인가 정보라는 점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하며 심 의원 보좌관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심 의원 측은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두고 어떻게 비인가 정보라고 생각했겠느냐"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불법성에 대한 심 의원 측의 인식 여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송재승 교수는 "해킹이 인정되기 위해선 '불법적으로 뚫고 들어간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고의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몫"이라고 말했다. 인호 소장은 "시스템 오류로 인해 정보를 얻은 것을 모두 처벌하면 관리상의 문제를 유저(user)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이지만, 유저 측이 불법성을 인식하고도 반복적으로 들어갔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