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부터 나흘간 강원도 강릉에선 '제19회 주문진 오징어 축제'가 열린다. 주문진 오징어 축제는 1999년부터 지역 대표 먹을거리인 오징어를 주제로 주문진항 일원에서 열린다. 누적 관광객만 50만명에 달하는 지역 대표 축제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오징어'가 차고 넘치는 축제장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1일 주문진청년회의소에 따르면, 축제 주요 이벤트인 '오징어 맨손 잡기'부터 행사 내용이 달라진다. 오징어뿐 아니라 멍게·방어·광어 등 다른 수산물을 같이 잡는 행사로 바뀐다. 오징어 활어 판매 부스도 없어진다. 또 오징어 축제와 별도로 개최해 오던 복어 축제와의 통합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상준 오징어축제준비위원장은 "오징어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다 보니 축제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내년부터는 오징어 축제라는 명칭을 여러 종류의 해산물을 즐긴다는 의미의 '해어락(海魚樂) 축제'로 바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 축제가 이름값을 하기 어렵게 된 것은 동해에서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 품귀는 강원도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중국집 짬뽕 속엔 오징어가 눈에 띄게 줄었고, 마른안주 대명사로 꼽히던 오징어가 먹태·노가리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점진적 감소 추세를 보이던 국내 오징어 어획량은 최근 3년(2015~2017년)간 급감하고 있다. 연간 오징어 어획량이 2000년대 초반에는 20만t이 넘었고, 2012년만 해도 18만t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8만7000t까지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의 전년 대비 오징어 어획량 감소율은 28.5% (12만1760→8만7024t)나 된다. 올 들어서도 1~7월 어획량(1만4923t)이 작년 같은 기간(2만6453t)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는 등 급감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여파로 오징어는 '금(金)징어'라 불릴 정도로 값이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냉동 오징어 소매가격은 1㎏당 1만2627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1만333원)보다 22% 올랐다. 2년 전 같은 시기(6830원)와 비교하면 가격이 배에 가깝다.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준 것은 해양 환경 변화와 중국 어선의 남획(濫獲)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등에 따라 수온이 상승하면서 동해 울릉도 근처에서 집중적으로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나 북한, 러시아 해역 등으로 흩어졌다. 게다가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의 '오징어 싹쓸이'로 우리나라에서 오징어 풍작(�作)을 보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오징어는 7~9월 북한 해역에서 우리 수역으로 내려오는데, 북한 정부로부터 오징어 어업권을 매수한 중국 어선들이 오징어 떼가 남쪽으로 내려오기 전에 대부분 잡아들인다는 것이다. 중국은 2004년 5월 북한과 민간 차원의 어업 협정을 맺고, 매년 동해에서 대규모 오징어잡이를 하고 있다.

수산업계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은 6~12월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대가로 1척당 6000만~8000만원가량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이 기간 어획량 한도는 1척당 100t 정도다. 동해 해경본부에 따르면 중국 어선 이동 척수는 2007년 497척에서 지난해 1706척으로 10년 사이 3배 넘게 늘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리면 수협중앙회 등 민간 주도로 북한과 협상해 우리나라 배들이 북한 해역에 들어가서 조업하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