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

항일 의병들의 뜨거운 투쟁과 사랑을 그린 김은숙의 첫 사극 '미스터 션샤인'(tvN)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 이어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은 방송 내내 많은 화제를 낳았다. 기대만큼이나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 역사 왜곡, 남녀 주연(이병헌·김태리)의 나이 차 등 크고 작은 논란이 이어졌지만, 시청률은 매회 상승 곡선을 그렸다. 30일 방송한 마지막 회는 18.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40대 여성 시청률이 21.2%로 가장 높았고, 40대 남성(17.9%)이 뒤를 이었다.

◇구한말 의병에 주목하다

TV 드라마에서 대한제국 시기(1897~1910)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국 곳곳에 세트장이 갖춰진 조선 초·중기와 달리 세트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커 선뜻 제작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소홀히 여겨온 구한말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라면서 "넷플릭스의 자본력이 더해져 웅장한 스케일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 캐릭터를 능동적으로 그린 것도 호평받았다.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등 그동안 김은숙 드라마에서는 신데렐라형 캐릭터가 주로 그려졌다. 정씨는 "이번 작품은 여자 주인공이 의병장에 오르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능동적이고 주체성 강한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이전 작품과 차별화된다"고 했다. 정씨는 이 작품에 별점 4개 반(5개 만점)을 매겼다. 열성 팬 사이에선 "남녀 주인공이 입맞춤 한번 없이 사별해 아쉬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덕분에 '키스신 없는 로맨스'라는 독특한 기록도 남겼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한 대사도 빛을 발했다. '이 자' '귀하' '나으리' 같은 호칭이 화제가 되면서,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션샤인 말투'로 대화하는 게 유행했다. 조용득 드라마 작가는 "구어체와 문어체를 넘나들며 특유의 농담을 구사하는 김은숙표 대사는 이번에도 빛났다"며 별점 4개를 줬다.

◇"善惡 이분법적 인물 구성은 아쉬워"

만화적 설정은 아쉬움을 남겼다. 홍석경 서울대 교수는 "그 시대에 양반댁 아기씨와 미국 군인이 말을 타고 동해 바다로 나가는 설정은 전혀 현실적이진 않지만 동화적인 느낌을 위한 장치였을 것"이라며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작품인 만큼 한국적인 것과 글로벌 스탠더드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며 별점 4개를 줬다. 김공숙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구한말이란 배경이 로맨스를 담기에 버거웠던 탓인지 남자 주인공 셋을 모두 죽음으로 마무리한 만화적 설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별점 4개. 주찬옥 작가는 "선악(善惡) 구도로 등장인물들을 단순화했다"며 "드라마에서 다룬 시기의 복잡성이나 투입한 자본의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인간 군상(群像)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평점 3개 반.

미스터 션샤인은 최대 규모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박효신, 신승훈, 백지영 등 가수 15명과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이 참여했다. '사극은 PPL 무덤'이라는 편견도 깼다. 극 중 글로리 호텔에서 종종 등장했던 달콤커피의 가배당(커피가루를 굳혀 만든 고형 커피)은 "주문 폭주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업체 관계자가 전했다. 불란셔 제빵소로 등장한 파리바게뜨도 드라마 맞춤으로 제작한 '무지개 카스텔라' '치즈빵' 등을 200만 개 이상 팔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