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가장 오래된 기억은 다섯 살 무렵 메뚜기를 잡던 장면이다. 어느 날 풀밭에서 메뚜기 한 마리를 잡아들고서 눈을 들여다봤다. 머리 양쪽 끝에 달린 커다란 겹눈 안으로 눈동자 같은 까만 점이 입체적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 곤충의 눈에 완전히 매혹됐던 내 모습이 영화 속 장면처럼 박혀 있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그때 마음이 여태 남아서 동물 관찰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 매년 겨울이 되면 남극 세종기지에서 펭귄을 연구한다. 검은 등에 하얀 배, 분홍 발로 뒤뚱거리며 눈 위를 걷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연구 대상종이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사랑스러운 동물이라 느껴진다. 그렇게 매일 바라보다가 그만 펭귄이 너무 좋아졌다. 흔히 말하는 '덕후'가 되어 펭귄 그림을 그리거나 인형을 모은다. 호기심이 커져서 궁금한 점도 많아졌다. 펭귄은 어떻게 짝을 짓고 헤어질까? 얼마나 깊이 잠수하고, 얼마나 멀리 헤엄칠까? 바다에선 무엇을 먹을까?

매일 펭귄 번식지로 찾아가 답을 구했다. 암컷과 수컷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 부리 길이와 두께로 '성 판별식'을 만들고, 개체 인식 칩을 삽입해 해마다 어떤 짝을 만나는지 관찰하고 이혼율을 계산했다. 수심 기록계, 비디오 카메라 등의 장비를 펭귄 몸에 부착하여 이들의 물속 생활을 엿보았다. 몸길이 70㎝에 불과한 젠투펭귄은 마치 물속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게 헤엄치며 최대 200m까지 잠수했고, 60㎞ 떨어진 곳까지 헤엄쳐 크릴과 남극은암치를 사냥했다. 지난 4년간 펭귄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과 결과를 '물속을 나는 새'(사이언스북스)에 담았다.

지금도 동물을 관찰할 땐 눈을 본다. 검고 깊은 눈망울을 가진 펭귄의 눈을 보면 거센 눈보라 속에서도 평온해진다. 펭귄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