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 외교협회(CFR) 강연에서 북한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발사장 및 발사대 폐기와 관련, "북한이 다시는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할 수 없는,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미국이나 전 세계를 위협할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이 "북 장거리 미사일 등을 제거하는 것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가" 하고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창리 발사장과 발사대를 폐기하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능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창리 발사장은 지금까지 ICBM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에만 사용돼 왔다. 북한은 이곳에서 지난 2012년 12월 은하3호, 2016년2월 광명성호 등을 발사해 인공위성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은하3호 등은 길이 30m에 이르는 대형 로켓이다. 이 로켓은 동창리 발사장의 높이 67m 고정 발사대에 세워 발사했다.

반면 지난해 시험 발사돼 미국을 긴장시킨 화성-14·15형 ICBM은 바퀴가 16~ 18개 달린 대형 이동식 발사 차량에 실려 기습적으로 발사됐다. 이 미사일들의 길이는 20m 안팎으로 추정된다. 동창리 발사장이나 발사대와는 무관하게 운영돼 온 것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화성-14·15형 ICBM과 이동식 발사대를 폐기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ICBM 발사 능력엔 아직 변함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핵실험도 비슷하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일부를 폭파했지만 이미 6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해 핵무기를 완성한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핵실험은 컴퓨터 모의실험으로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핵 보유국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핵실험을 대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