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화답'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대답으로 '종전 선언'을 강조했지만,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진 않았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의 동창리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폐기 방침을 거론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정신에 따라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들 사이에 실행되고 종전 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들 사이에 실행되고 종전 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등을 언급한 뒤 "북한은 우리의 바람과 요구에 화답했다"며 "이제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국이 유엔이 채택한 결의들을 지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밝혔던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을 다시 밝히면서 "이는 동아시아 에너지 공동체, 경제 공동체, 다자평화안보체제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문 대통령은 유엔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인권(人權)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이라며 "인권을 위해 부당한 권력에 맞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권선언의 첫 조항을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성 평등 정책, 일본군위안부 피해 문제를 포함한 분쟁 지역 성폭력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유엔은 2004년부터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을 별도로 두고 매년 대북 인권결의를 채택해 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평양 정상회담 기간 중 북한의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했는데, 이 체조 역시 아동 인권침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문 대통령은 15분 동안의 연설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모두 34번 사용했다. '평화' 다음으로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자주 언급한 단어는 '유엔'(23번)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 상황이었다.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는 부분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대표단 자리에는 3명의 북한 인사가 앉아 문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고, 연설이 끝난 뒤에는 조용히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한편 미국 방문을 마치고 27일 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28일 하루 연차 휴가를 내고 주말까지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에서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