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전(終戰) 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며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전 선언이 번복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은 종전 선언에 대한 미 정부와 조야(朝野)의 신중론을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미국의 종전 선언 결심을 이끌어 냄으로써 교착 상태에 있는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종전 선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미국 내 보수 진영을 상대로 종전 선언에 대한 '문턱 낮추기'를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美인권운동가 잭슨 목사와 대화 -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5일(현지 시각) 뉴욕 미국외교협회 행사를 마친 뒤 미국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와 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종전 선언을 평화 협정으로 가기 위한 '필수적 과정'으로 간주해 왔다.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에도 '남과 북은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은 종전 선언이 한번 이뤄지면 돌이킬 수 없는 '불(不)가역적 조치'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준(準)평화협정에 해당하는 종전 선언은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있기 전까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취해야 되는 조치들은 핵·미사일 실험장, 영변 핵기지와 또 다른 기지들을 폐기하는 것이고, (이미) 만들어진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 (이후) 전부 폐기하는 것"이라며 "이른바 불가역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그에 대해 미국과 한국, 양국이 취하는 조치는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는 군사 훈련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장 폐기 등에 대응한 한·미의 조치가 가역적이고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평가 내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대가로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상응 조치'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상응 조치가 반드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전 선언을 포함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예술단 교류와 같은 비정치적인 교류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영변 핵기지를 폐기하게 되면 미국 측에 장기간의 참관이 필요할 텐데 그 참관을 위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북한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경제 시찰단을 교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문제는 북한이 어느 정도 진지한 핵 폐기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어느 정도 속도 있게 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측에서 '북한이 핵을 내려놓더라도 북 체제를 보장해 줄 것' '북·미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그러면 북한은 보다 빠르게 비핵화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비핵화를 마치겠다는 북한의 타임 테이블도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문 대통령 생애 내에 (남북 간) 통일이 이뤄질까'라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통일은 계획대로 오지 않는다. 정말 예상할 수 없다"며 "평화가 완전해지면 어느 순간 정말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오는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에 대해선 "전적으로 한·미 동맹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주한미군은 남북 관계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대북(對北) 억지력으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내는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평화협정 체결 이후, 심지어는 남북 통일 이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