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에 지쳤을까. 올 추석 방송사들은 예능에 퀴즈나 인문학을 접목한 '지식 예능'을 파일럿(시험 방송)들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tvN '알쓸신잡'에서 시작된 교양 예능 열풍에 모바일 퀴즈쇼 '잼 라이브' 흥행이 겹치며 지상파도 '멍 때리는' 웃음 대신 의미 있는 웃음을 주겠다는 지식 예능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KBS는 김용만·정형돈·송은이 등 예능 베테랑들이 옥탑방에 모여 상식 문제를 푸는 '옥탑방의 문제아들'을 방송했다. 일명 '뇌빈(貧)자'들이 엉뚱한 답변을 쏟아내는 모습에서 '무한도전―퀴즈의 달인' 시절이 연상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열 문제를 모두 맞히지 못하면 '퇴근'할 수 없어 서로 합심해 문제를 푸는 모습이 다른 퀴즈쇼들과 달랐다. 이날 문제로 나온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가 하면, 온라인에선 "오랜만에 배 아프게 웃었다", "정규 편성해달라" 등 댓글이 달렸다.

24일 방송한 KBS2 파일럿 예능‘쌤의 전쟁’에서 스타 강사가 강의하는 모습.

'쌤의 전쟁'(KBS2)은 '인강'(인터넷 강의)에서 수강생을 몰고 다니는 일타 강사들이 '강의 배틀(대결)'을 벌이는 포맷 자체가 신선했다는 평가. 화학 강사가 "녹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놓였다"며 화학 개념을 소개하고, 물리 교사는 "달과 지구의 사랑"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를 풀어냈다. 랩을 만들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암기시키고, 학생들이 잠시라도 지겨울까 댄스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 쌤'들에 "저런 선생님한테 배워서 다시 수능에 도전하고 싶다"는 댓글들도 올라왔다.

tvN의 '어쩌다 행동과학연구소'는 잡학 상식을 넘어 행동심리학 실험을 예능에 접목했다. 전문가들이 '행동과학이론'을 바탕으로 게임을 설계하고 참여자들의 행동을 분석한다. 제작진이 정교하게 설계한 실험에서 참여자들이 전문가의 예측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추석 파일럿 전쟁의 승자(勝者)는 차인표, 박찬호가 출연한 SBS '빅픽처패밀리'(시청률 7.1%·닐슨코리아 기준). 뒤를 이어 어머니의 집밥 레시피를 배우는 KBS '어머니와 고등어'가 시청률 5.2%, 이영애의 유튜브 도전기로 화제가 된 SBS '가로채널'이 시청률 4.8%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