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 시각) 북한과 ‘특정 시설·무기 시스템’에 관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시사했다. 지난주 남북 정상회담 후 폼페이오 장관은 교착 상태였던 미·북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 방침을 밝혔다.

미국의 핵시설·물질 신고 요구에 북한이 어느 수준으로 호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선(先) 비핵화’ 요구와 종전 선언 같은 ‘상응 조치’ 요구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북한은 남북 평양 공동선언에서도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화 판을 띄우면서도 북한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할 것이란 미국 정부의 입장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의 시사 프로그램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한은 미사일과 핵무기를 단 하나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김정은은 종전 선언 같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양보 전에 북한이 모든 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냐’는 진행자 크리스 월러스의 질문에 "행정부의 입장은 (북한과) 논의를 시작한 이후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을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특정 시설과 특정 무기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를 했고 이 대화들이 지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018년 9월 23일 폭스뉴스의 ‘폭스뉴스 선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 비핵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진행자가 ‘행정부 입장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평화협정과 같은 양보를 하기 전에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의미인가’라고 재차 묻자, 폼페이오 장관은 "‘양보’가 뭔지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다르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한 것도 우리가 양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도 트럼프 대통령도 이 생각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까지 대북 제재·압박이 유지될 것이란 미국 정부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제재가 비핵화 달성을 위한 원동력이란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다녀왔고 진전을 이뤘으며, 우리도 계속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김 위원장을 여기까지 오도록 유도한 대북 경제 제재와 압박은 북한 비핵화 완료 전까지 유지될 것이란 점을 전 세계에 분명히 밝혀 왔다"고 했다.

그는 이번 주 뉴욕 유엔 총회에서 (대북 제재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이행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27일 안보리 이사국 15국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회의를 주재하며 북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 회의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해 미국이 취한 조치들을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유엔 안보리는 우리가 (북한의) 최종적인 비핵화를 이루기 전까진 대북 제재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행자가 ‘한국은 벌써 북한과 경협을 얘기하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도 제재 완화를 말하고 있는데, 미국의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이 약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NBC 시사 프로그램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서도 대북 경제 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이 머지않은 미래에 열리길 바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적당한 시기에 김 위원장을 만날 상당한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지키게 하고 전 세계의 ‘최종적 비핵화’ 요구를 듣게 하려면 갈 길이 멀다"며 "지금 많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고 대중에겐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 충분히 관여하고 있다. 경제 제재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