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7일(현지 시각)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매기고 있는 미국의 이번 조치로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액 절반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미국은 작년에 중국으로부터 5056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미·중 무역 전쟁은 양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켜 세계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미·중 두 나라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중 무역 전쟁, 한국 경제에 큰 타격

로이터통신은 "세계 무역에서 관세가 부과되는 수입품 규모가 1000억달러씩 늘어날 때마다 전 세계 교역이 0.5%씩 줄고, 세계경제 성장률은 0.1%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중간재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에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에 총 1421억달러를 수출했는데 이 중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비중이 78.9%였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무역 전쟁 초기엔 중국의 수출 단가 상승으로 우리 기업들에 유리한 측면도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중 양국의 무역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2.1%에 달해 주요국 중 피해가 가장 큰 나라로 꼽힌다. 싱가포르 DBS은행은 최근 "미·중 양국이 모든 교역 제품에 15~25%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전이 일어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도 긴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긴급 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20일 업종별 단체 등과 함께 '민관 합동 실물 경제 대응반 회의'를 열고 업종별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길마저 막히면 큰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할 듯

지난 7월 미국이 중국 수출품 340억달러어치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은 최근 극적 타결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미국이 무역 협상을 제안해 중국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달 27일 워싱턴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결국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중국의 확실한 굴복을 얻어내겠다는 강공책을 빼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즉각 약 2670억달러의 중국산 상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3단계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중국의 대미 수출품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또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위터에 중국이 미국산 농·축산물에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을 겨냥, "중국은 내 지지층인 농민, 축산업자,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줘서 적극적으로 우리 선거에 영향을 주고 바꾸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며 "만약 중국이 이들을 목표로 삼는다면 엄청나게 크고 즉각적인 경제적 보복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5207개 품목에 5~10%의 관세를 24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금액이 연간 1304억달러에 불과해 미국에 비해 '총알'이 부족한 중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미국 기업 제품에 대한 수출 제재나 미국산 농산물 등에 대한 통관 지연 등의 비관세 조치로 보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중국이 미국에 핵심 부품이나 제품 수출을 금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애플 등 IT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 전량을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 전쟁이 미국 중간선거 이후까지 지속될 우려도 제기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정치권에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미·중 무역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