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최근 스웨덴에서 '중요한 선거'가 하나 있었다. 많은 한국인이 꿈꾸는, 최고의 국민행복지수를 자랑하는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선거란 무의미하지 않을까? 그런데 지난 9월 9일 총선에서 20% 가까운 표를 얻은 정당은 바로 스웨덴 민주당이었다. 이름과는 다르게 그들은 신나치주의자들이 설립한 반(反)유럽연합과 반(反)세계화를 지지하는 포퓰리즘 정당이다. 헝가리·폴란드·오스트리아·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들의 집권을 넘어 이젠 스칸디나비아에서도 포퓰리즘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역사학자 애덤 투즈 교수의 저서 '붕괴(Crashed)'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사실 쉽지도, 그다지 재미있는 책도 아니다. 하지만 투즈 교수의 가설만큼은 핵폭탄급이다. 조선에서 여전히 임금님 수라상을 걱정하던 1870년대에 이미 세계는 글로벌 경제 체제로 가고 있었다.

세상의 흐름을 잘 파악한 일본은 1차 세계화를 통해 선진국이 되었지만, 동시에 글로벌 자본의 무분별한 흐름과 무역 불균형은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1차 세계대전과 세계 대공황의 원인이 된다. 반세계화를 주장하던 파시즘과 나치즘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다.

투즈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브레턴우즈 경제 체제가 1970~ 1980년대에 무너지며 2차 세계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은 바로 이 2차 세계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2차 세계화는 또 다른 글로벌 무역 불균형과 불평등을 만들어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빠르게 또다시 반세계화의 길을 가고 있다는 가설이다.

파시즘과 나치즘이 주도하던 '1차 반세계화'는 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가능하게 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2차 반세계화'의 결말은 과연 무엇일지 두려워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