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18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카퍼레이드를 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북한은 18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전 정상회담보다 ‘격(格)’이 높아진 의전을 보였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당시에는 없었던 예포 발사 행사를 열었고, 평양 주민들 앞에서 양 정상이 함께 카퍼레이드를 하기도 했다. 국제 사회가 북한에 대해 품은 의구심을 강력한 퍼포먼스로 덮겠다는 의도다. 정부 안팎에서는 "그래도 의전의 격이 높아진 것은 좋은 징조"라면서도 "퍼포먼스보다는 19일 발표될 합의문에 비핵화 의지가 얼마나 담길지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의 문 대통령 의전은 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나란히 나와 문 대통령을 맞이했는데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공항에 영접을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당시에는 김정일이 홀로 공항 영접을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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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의전 행사에서는 처음으로 ‘국가원수’ 예우의 의미가 담긴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의장대는 문 대통령을 향해 ‘각하’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역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당시에는 없었던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하는 길에 무개차에 올라 카퍼레이드를 하기도 했다. 정부관계자는 "외국 수반급 중에서도 최고 예우를 갖춰야 하는 국빈급에 대한 대접"이라고 했다.

정상회담이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것도 극진한 의전 중 하나였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관계자는 "노동당 본부청사는 북한 최고지도자만을 위한 건물"이라고 했다. 이런 잇따른 북한의 의전에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직접 "오늘 아주 최고의 환영과 영접을 받았다"고 했다.

디자인=정다운

정부는 이와 같은 의전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정부관계자는 "북한이 정상국가임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그만큼 비핵화에 강력한 의지가 있음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북한의 의전은 ‘껍데기’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퍼포먼스 전문가 집단인 북한이 의전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비핵화가 안 되는 것은 미국 탓’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했다. 남 교수는 "중요한 것은 격이 높아진 의전이 아니라 내용"이라며 "퍼포먼스에 빠져선 안 되고 19일 비핵화 관련 합의 내용을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