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신 기자들은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림이다" "큰 감흥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미·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의견이 갈렸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설치된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18일 외신기자들이 취재에 열중하고 있다.

1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설치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PR의 롭 슈미츠(Rob Schmitz) 기자는 "이번 정상회담은 모든 게 잘 조직돼 있다. 다시 말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연출이어서 지루하다"며 "그래서 프레스센터에서 지금 나가려 한다.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내일(19일)에는 무언가 현장에서 즉흥적이고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나고, 진전된 발표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일본 지상파 방송사 TBS의 이다 시게토시(井田重利) 기자는 "이날 오전에 문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벌어진 환영 이벤트는 생각했던 대로였다. 정상회담으로 남한과 북한의 대화 분위기를 고조시키겠다는 의도가 짙게 보인다"며 "하지만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비핵화, 미·북 관계에 대해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알맹이가 없는 쇼"라며 "판문점에서 열린 4·27 정상회담이 아름다운 뮤지컬 느낌이 나는 쇼였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매스게임이 실시되는 대운동회 같다"고 했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로시아 시보드냐’의 안드레이 올퍼트 서울지국장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은 너무 잘 짜인 각본 같았다. 그래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남북관계에 대해선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올퍼트 지국장은 "문 대통령은 북한과 어떻게 거래해야 하는지 보여줬다"며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준비를 끝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핵화는 2~5년쯤이면 끝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일간지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의 창 메이 춘(Chang May Choon) 서울 특파원은 "4·27 정상회담 당시엔 두 정상이 예상치 못한 말을 많이 했는데, 이날은 만나서 포옹하고 반기는 말을 하는 과정이 모두 예정이 돼 있었던 듯했다. 두 정상의 개인적인 면모를 느끼기에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선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문제를 놓고 큰 간극이 있다. 문 대통령인 미·북 간 중재자 역할을 해 환영을 받는다. 문 대통령은 다음 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며 "그러나 문 대통령이 얼마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미국은 원하는 바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은 아직 큰 변화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듯하다"라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28개국 122개사에서 온 451명의 외신 기자가 DDP 프레스센터에 등록했다. 지난 4·27 정상회담엔 36개국 184개 매체의 외신기자 869명이 취재진으로 등록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첫 번째 정상회담과 비교에 이번엔 정상회담을 취재하는 외신기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