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는 11일 지난 7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5000명까지 추락한 ‘고용쇼크’에 대해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취업자수 증가폭 급감의 주된 원인이 생산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매번 강변해온 것과는 달리 KDI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악영향이 일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에 그쳤다. 특히 7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5000명에 불과했다. 통상 경기 성장기에는 취업자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가량 증가한다. 재난 수준의 고용쇼크가 이어진 셈이다.

연합뉴스

KDI는 이날 ‘경제 동향 9월 보고서’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투자 부진을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수출 증가세가 유지됨에 따라 경기의 빠른 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KDI가 매달 발표하는 경제 동향 보고서에 ‘경기 하락’이라는 문구를 추가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경기 순환 사이클상 한국 경제가 하락 직전인 정점에 임박했거나 정점을 지났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다만 KDI는 아직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개별 소비세 인하 등 일부 정책적 효과로 소비가 회복되고 있어 경기가 급락하진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이철원

KDI는 향후 경기가 급락할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고용 부진을 꼽았다. 최근 고용 상황은 재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7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고작 5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지난 2010년 1월(-1만명) 이후 8년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업자수도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런 고용쇼크에 대해 생산인구 감소와 제조업 경기침체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7월 고용 동향이 발표된 직후 긴급경제현안간담회를 소집해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주력 산업 고용 창출력 저하, 자동화 등 구조적 요인과 구조조정, 자영업 업황 부진 등 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취업자수 급감의 원인을 설명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KDI는 최근 고용 악화에 대해 인구 구조 변화와 경기 변수 외에 정책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KDI가 보고서에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올해와 내년 두 자릿수로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영향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달은 우리 경제가 경기 순환 사이클상 정점에 걸쳐져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번달은 하강 리스크 위험이 높아져 경기 정점을 지나가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취업자수 급락으로 고용 시장이 악화되면서 경기 급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취업자수 급감 만큼 경기가 급격하게 하강하고 있는 것은 아직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