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아내와 자녀가 과거 3차례 위장전입한 사실을 시인했다. 위장전입 3건 중 2건은 청와대의 공직 배제 기준인 '2005년 7월 이후' 시기였다. 11일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2007년 이후에만 두 차례 등 총 7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위장전입,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주식 투기,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조각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전력 등이 줄줄이 문제 되자 작년 11월 새 기준이라며 '7대 배제' 원칙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위장전입의 경우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나 자녀 학교 배정 관련으로 2건 이상일 때는 인선을 배제하기로 했다. 2005년 7월은 장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확대된 시점이다.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시점부터는 자기 관리를 법에 맞게 한 사람이어야 고위 공직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한 번 정도는 불가피하게 위장전입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보고 두 차례 이상으로 기준을 조정했다.

그렇다면 2005년 7월 이후 두 차례 이상 위장전입을 한 사람은 검증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한다. 김기영 후보자는 민주당이, 이은애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지만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공직 배제 기준이 청와대·여당·사법부마다 제각각이라면 누가 납득하겠나. 대통령이 제시한 인사 기준을 여당 스스로 무너뜨리고, 불법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대법원장이 불법 행위인 위장전입 전력자를 최고 법관 자리에 지명한 것도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김 후보자는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이 모임 회장을 지냈다. 자기 편은 원칙의 예외인가. 대통령 입으로 공직 배제 기준을 발표해 놓고 줄줄이 파기하더니 "이것만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새로 제시한 기준마저 또 스스로 어긴다. 만약 지금 민주당이 야당이라면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했겠나. 아마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을 것이다. 이들의 내로남불은 혀를 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