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이기호 지음|현대문학|169쪽|1만1200원

요즘 한국 문학에서 해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기호가 종교적 소재를 추리 소설 기법으로 다루면서 세태 풍자를 시도한 장편 소설을 냈다. '목양면'이란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교회 화재 사건을 다룬다. 경찰은 방화로 보고 용의자와 목격자를 조사한다. 12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열두 명의 진술을 담고 있다. 구술(口述)이 저마다 웃기거나 진실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의 부제(副題)는 '욥기 43장'이다. 성경에서 42장으로 된 욥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것. 욥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식을 잃는 고통을 겪어도 신앙을 지킨 인물이다. 이기호는 작가의 말에서 "논리적으로, 관습화된 서사적 플롯으로, 욥을 이해해선 안 된다"라며 "욥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자식을 두 차례에 걸쳐 끔찍한 사고로 잃은 어느 장로의 삶을 방화범 추적이란 미스터리 기법으로 조명한 것이다. 그 장로는 혹독한 시련 속에서 신을 영접한 뒤 목양면에 교회를 세우고 아들을 목사로 임명했지만, 방화 사건으로 그 아들마저 잃는 비극에 빠진다. 욥처럼 참극을 겪어도 신앙을 유지한다.

그렇다고 이 소설을 기독교 문학으로 보긴 어렵다. 작가는 분명히 "하나님은 뭐,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고요"라고 했다. 시골 교회에 얽힌 풍속도와 함께 보통 사람들이 지닌 욕망의 세태를 해학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방화범은 서서히 밝혀지지만, 그것은 여러 사람의 증언이 조합됨으로써 드러나고, 범인을 떳떳하게 비난할 증인도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