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후손의 명예 회복을 위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 활동을 중단 9년 만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1894년 일어난 동학혁명 참여자와 그 후손을 정부가 등재하는 사업이다. 지난 5일부터 동학혁명 유족 등록 업무가 시작됐다. 이는 '반란군 후예'를 '혁명군 후예'로 명예 회복시켜준다는 취지다. 문체부는 내년 예산으로 3억원을 편성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문체부 발표가 나오자 '124년 전 사건 관련자 확인이 가능하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특별법이 제정돼 시작됐다. 동학혁명 참여자 3644명, 참여자 후손 1만567명을 확인해 등재했다. 고손자까지 후손으로 인정했다. 다만 법에 신청 기간이 정해져 있어 2009년 사업이 종료됐다.

그런데 지난해 말 동학혁명 전적지가 많은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주도해 신청 기간 제한을 없애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동학혁명 희생자가 20만~3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1만여 명 등록은 너무 적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심의위원회는 사실상 상설 기구가 됐다.

심의위원회가 마련한 '등록 신청서'는 동학혁명 참여 일시와 당시 직업, 참여 지역과 구체적인 내용 등을 적게 돼 있다. 선대로부터 전해 들은 증언과 족보 등 증빙 자료를 함께 제출하면 심의위원회가 '동학혁명 참여자 여부'를 판단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사업 재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지금 동학혁명이 왜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이었다. 또 "조선시대도 적폐 청산하느냐" "이러다 고조선까지 올라가겠다" "임진왜란 피해자, 홍경래의 난, 망이·망소이의 난, 만적의 난도 보상해야 하나" 같은 말들도 나왔다. "세금이 아깝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심의위원회 측은 "참여자나 후손으로 인정돼도 명예 회복을 위한 등재일 뿐 별도의 보상은 없다"며 "비판이 지나치다"고 했다. 법안을 주도한 의원들도 "적폐 청산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 등에선 우려가 나왔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 나서는 걸 보면 다음엔 보상도 해주자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013년 동학혁명 후손에게 독립유공자 후손에 준하는 보상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일련의 '적폐 청산' 흐름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이 이번 정부서 과거 얘기만 꺼내도 적폐 청산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