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산업1부 차장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가 작년 5월 출범할 때 시중에는 "서울 강남 집값이 또다시 치솟을 테니 집을 사두자"는 농담이 돌았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을 잡겠다"고 공약했던 노무현 대통령 때 강남 집값 폭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설마 설마 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양도세 중과세를 통해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서울 집값은 정말 치솟고 있다. 시쳇말로 '개그'가 다큐멘터리로 바뀐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별로 개입하지 않던 정부 때와 정반대 상황이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집값 상승을 '규제의 비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규제가 생기면 그 대상이 아닌 사람도 규제에 대비하다가 엉뚱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투기 세력 잡는다고 양도세를 올리니 다주택자가 집을 파는 대신 자식에게 증여하고, 집이 정말 필요한 실수요자가 매수할 집이 안 나오고, 결국 가격이 오르는 역설이 나타나는 식이다. 집값 급등의 진원지라고 재건축을 규제하자 그 직전에 재건축된 강남 아파트는 순식간에 값이 올라 다시 주변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

이는 국가의 시장 개입 실패이기도 하다. 주택도 수요와 공급 원칙에 의해 움직이고, 경제 흐름과 맞물려 오르내리고, 주기적으로 변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내 상품이다. 역대 각종 통계 수치를 모두 갖고 있는 정부는 '시장 조정'이란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만 시장은 그렇게 인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회자되는 대표 사례 중 주택 보급률이 있다. 우리 정부는 2002년 말 100%에 다다른 주택 보급률을 믿고 주택 공급 정책을 소홀히 했다. 이때 집값이 오르자 "투기 세력 탓"이라며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주택 보급률은 급증하는 1인 가구를 가구로 계산하지 않고 통째로 빼놓고 있었다. 실제로 필요한 집은 더 많았던 것이다. 정부만 시장 상황을 몰랐던 셈이다.

왜곡된 시각도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보유세가 낮아 한국은 집값이 치솟는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미국 수준으로 보유세를 올리자고 한다. 이는 미국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 식 시각이다. 우리 종합부동산세는 국세지만 미국 보유세는 대부분 지방세다. 자치단체의 교육·치안·인프라 투자에 쓰인다. 그래서 미국인은 보유세를 집값 유지 비용으로 보고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 게다가 보유세가 높다는 미국도 일부 인기 지역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당국자들은 규제부터 생각하지 말고 시장을 공부해야 한다. 이데올로기라는 색안경을 쓰고 부동산 시장을 보면 답이 나올 리가 없다. 집에는 좌(左)도 없고 우(右)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