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일회용 컵 대신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씻어서 사용하고, 비닐봉지 대신 에코 백(천으로 만든 장바구니)을 들었죠. 그런데 칫솔도 플라스틱이라는 생각은 해보셨나요?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를 지낸 '스타 사진작가' 조세현씨는 지난달 26일부터 5박6일간 환경재단이 주최한 '그린 보트(green boat)' 행사에 참여해 플라스틱 없이 사는 '플라스틱 디톡스(detox·해독)'에 도전했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사용했다. 음식을 포장할 때는 실리콘 용기를 사용했다. 조씨는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된다는 것을 평소에 체감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린 보트’ 행사를 기획하고 ‘플라스틱 디톡스’에 참가한 환경재단 최열(맨 오른쪽) 이사와 직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최 이사는 “지구의 환경 용량을 생각해 자원을 아껴야 할 때”라고 했다.

환경재단은 6일 제10회 '자원 순환의 날'을 맞아 그린 보트 참가자들의 수기를 공개했다. 그린 보트는 참가자들이 5박6일간 배 위에서 생활하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폐기물 발생량을 최소화하는 체험이다. 올해로 12번째다. 이번 그린 보트에는 조 작가를 비롯해 고현숙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김문수 비네이티브(Be Native) 대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별위 부위원장, 김상헌 네이버 경영 고문, 뮤지션 이한철,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이선희 청소년가족복지상담협회 교육국장, 영화감독 이명세, 노소라 변호사, 노희영 YG FOODS 대표 등 12명의 사회 명사가 탑승했다. 여기에 일반인 참가자들까지 포함해 200여 명이 '플라스틱 없는 5박6일'에 도전했다.

배에 오른 참가자들은 우선 텀블러, 쇠젓가락, 손수건, 스테인리스 빨대, 대나무 칫솔 등이 담긴 '에코 파우치'를 받았다. 부산에서 출발해 일본 니가타~도쿄~하코다테 등 세 곳의 기항지에서 자유 시간을 가졌는데 육지에 내려서도 '에코 파우치'를 항상 지참했다.

‘그린 보트’ 탑승자들에게 제공된 에코 파우치. 왼쪽부터 스테인리스 빨대 청소 솔과 스테인리스 빨대, 텀블러, 대나무 칫솔, 실리콘 용기, 에코백, 쇠젓가락, 천 주머니.

영화감독 이명세씨는 "하코다테의 한 커피숍에서 텀블러를 내밀며 커피를 주문하자 주인이 '좋은 행동'이라며 말을 걸어오더라"며 "처음에는 관광지에서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환경 살리기에 동참한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수진(여·20)씨는 한 기항지에서 텀블러를 놓고 내려 재활용이 잘 되는 유리병 음료만 사마셨다. 김씨는 "선상에서 플라스틱 없이 생활하다 육지에 내려보니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과일을 사먹을 때도 플라스틱 숟가락과 포크가 필요한 것이 생경하게 느껴지더라"며 "물건을 사기 전 3초만 생각하면 플라스틱 디톡스를 실천할 수 있다"고 했다.

환경재단은 앞으로도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플라스틱은 매립해도 썩지 않고, 소각도 어려워 결국은 바다로 흘러간다"면서 "아주 미세한 알갱이가 된 플라스틱은 작은 바다 생명체들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우리 식탁에 오른다"고 했다.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이 결국 우리 몸을 위협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참가자들은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