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님, 대통령은 검찰의 모든 신문에 대해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 의사는 오늘도 변동이 없습니다."(이명박 전 대통령 변호인)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명박〈사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피고인신문이 열렸지만 이 전 대통령은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검찰 질문만 50분간 이어졌고, 변호인의 반대 신문도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신문 전체를 거부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검찰이 재판에서도 '이 전 대통령 말은 다 거짓말'이라는 식으로 하고 있어 더 이상 신문받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 전 대통령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망신 주려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신 오는 6일 열리는 결심(結審)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 5월 23일 시작된 이 전 대통령 1심 재판은 3개월여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이 선고까지 11개월이 걸린 데 비하면 매우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이 "옛 측근들을 법정에 세우기 싫다"며 검찰 측 증거를 재판에 사용하는 데 모두 동의하면서 증인을 단 한 명만 불렀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선 138명의 증인이 법정에 나와 증언을 했다.

대신 지난 3개월간 검찰과 변호인단은 수많은 서류 증거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 업체 '다스'의 실소유주로서 349억원가량을 횡령하고, 110억원대 뇌물을 받는 등 16개 혐의로 기소됐다. 핵심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소유했다는 전제 아래 다스의 비자금 조성, 삼성의 다스 소송비 67억원 대납 혐의(뇌물) 등을 이 전 대통령 책임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스 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 아니라면 혐의 상당 부분이 깨지는 구조다.

검찰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의 진술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설립을 지시하고 자본금 4억원을 납입했으며, 다스 운영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주요 의사 결정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변호인은 "다스 실소유주 판단 기준은 다스의 주식이 누구 소유인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다스 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 큰형인 이상은 회장"이라고 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자본금을 납입했다는 물증이 없다"며 "검찰은 특정인의 진술에만 기대어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사장이 자신에게 수시로 다스 관련 보고를 했다는 진술에 대해선 법정에서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열린 재판에선 "듣도 보도 못한 얘기"라며 "김 전 사장이 과거 내쫓기다시피 해 감정이 상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양측은 110억원대 뇌물 혐의를 놓고도 팽팽하게 대립했다. 검찰은 뇌물 공여자인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수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 전 부회장 등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뒤집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첫 재판에서 "사면을 대가로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는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했다. 이팔성 전 회장에 대해선 "거짓말탐지기를 써서라도 확인했으면 좋겠다"며 "나를 궁지에 몰기 위해 그렇게 진술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