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3일 "작년에 (2018년분) 최저임금이 16.4% 오른 것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높았다.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최저임금은 고용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노동자·공익위원 각 9명씩이 참여해 정하지만, 이 위원회 결정이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당시 기획재정부가 세금 지원까지 사전 약속하면서 공익위원들에게 두 자릿수 인상에 찬성하도록 종용한 것이 다 드러났다. 그러다 고용·소득·분배 모두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자 이제 와서 마치 남 일 얘기하듯이 한다. 이 정부엔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장하성 실장은 "최저임금위에서 (사용자 측이) 그냥 걸어나가 버렸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사용자위원들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요구하는 업종별 차등화를 제안했지만 친(親)노동 인사로 채워진 공익위원 9명 전원이 노동자위원 편을 들어 부결시켜버렸다. 이 상황에서 사용자위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겠나. 장 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음 최저임금도 또 두 자릿수로 올리고 부작용이 커지면 다시 "깜짝 놀랐다"고 하면 될 것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 3만명이 폭우 속에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최저임금 폭탄으로 못 살겠다"고 외쳤지만 허공에 퍼진 절규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