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네 의원 진료실. 의사가 70대 초반 당뇨병 환자에게 묻는다. "요즘 컨디션은 어때요? 매일 걷기 운동하고 있나요?" "하루에 만보를 걸으려고 애씁니다. 집에서 혈당을 재는데, 관리가 잘되고 있네요." 이렇게 말하는 환자는 의사 눈앞에 없다. 의사는 책상에 놓인 컴퓨터 화면을 통해 환자와 스마트폰 영상 통화로 대화하고 있다. 의사는 컴퓨터로 이 환자가 집에서 측정한 혈당 수치 변화를 그래프로 띄워 보면서 진료하고, 환자는 집에서 질문 메모지를 놓고 의사에게 묻는다.

일본의 한 의사가 스마트폰 영상 통화를 활용해 당뇨병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고 있다. 의사가 보는 컴퓨터 모니터에 환자의 혈당 관리 수치가 그래프로 떠 있어 진료하기 수월하게 돼 있다.

일본은 이 같은 병·의원-환자 집 원격 진료를 2015년 8월부터 도입했다. 그전에는 섬이나 격오지에만 적용하다가 전국 어디서든 할 수 있도록 의료법 규제를 없앴다. 이름도 온라인(on line) 진료라 명했다. 거동이 불편하여 통원 진료가 힘든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원격 질병 모니터링 등 스마트 의료IT 산업을 키우려는 두 가지 목적이었다.

일본, 온라인 진료 활성화

처음에는 일정 기간 대면(對面) 진료를 하고, 이후 환자 선택에 따라 영상 통화로 온라인 진료를 시작한다. 의사는 진료 후 처방전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대상은 주로 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다.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당뇨병도 대상이다. 온라인 진료가 도입되자 거동 불편 환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도쿄 고토구(江東區)에서 순환기내과를 운영하는 오노(小野) 내과 의사는 "병원 다니기 힘든 환자들은 중도에 외래에 오지 않고 관리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은데, 온라인 진료가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게 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금연 치료도 온라인 진료를 병행했을 때 성공률이 1.5배 높게 나왔다.

올해 초 기준으로 1600여 의료 기관에서 온라인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일이 바빠서 외래에 가기 힘든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아이를 의료 기관에 데려가기 어려운 맞벌이 부모들에게로 확산됐다.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심리적 부담인 정신질환자나 성 기능 장애 환자도 온라인 진료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도쿄 외곽 지바시(市)에 있는 소아과는 온라인 진료로 소아과가 없는 지바 시골 지역 환자들을 보고 있다. 최대로 먼 곳은 50㎞ 떨어져 있다. 희귀 질환은 전문 의사가 드물고, 주로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에 있다. 지방 환자들은 매번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진료받으러 가야 했으나 일년 중 몇 번은 온라인 진료로 대신한다.

건강보험 되면서 제도권 진입

지난 4월부터 온라인 진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진료 수가는 2만1000여원이다. 여기에는 온라인 의학 관리료(7000여원)가 포함됐다. 공식 의료 행위로 인정한 것이다. 환자는 진료비의 30%인 7000여원을 낸다. 만성질환 재진 대면 진료비는 4만2000여원이다(환자 부담은 1만2500원). 온라인 진료비가 대면의 절반 정도다. 내과·소아과 등 일본 전역 병·의원의 18만 진료과(전체의 74%)에 온라인 진료 건강보험 적용 대상 환자가 있다. 종합 병원들도 수술 후 퇴원 환자 관리를 온라인 진료로 하기도 한다.

온라인 의료 시스템 회사들도 속속 등장했다. 야독(YaDoc), 클리닉스, 포켓 닥터 등 10곳이 성업 중이다. 이 회사들은 기업들과 손잡고 직원 건강관리를 온라인 시스템으로 제공한다. 이 같은 건강관리 IT 플랫폼을 개발하여 온라인 진료가 활성화하기 시작한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은 고령 환자 방문 간호를 할 때 간호사들이 태블릿PC를 들고 가서 필요한 경우 의사에게 온라인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온라인 진료가 기존 의료 서비스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