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야! 사랑해!" "흥민 오빠, 여기 좀 봐줘요!"

3일 오전 인천공항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축구 대표팀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수백명의 소녀 팬이 열광했다. 지켜보던 시민들도 대표팀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한 황의조가 환호하는 팬들을 바라보고 있다.

함께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활약한 손흥민(26·토트넘), 조현우(27·대구)와 함께 가장 먼저 입국장에 나타난 황의조(26·감바 오사카)는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낳은 최고 스타다. A매치(성인 국가대표 경기)에서 그동안 11경기 1골에 그쳤던 그는 23세 이하가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에서 9골(7경기)을 몰아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9골까지 넣을 줄은 저도 몰랐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은 우즈베키스탄전 해트트릭입니다. 특히 2―3으로 역전을 당한 상황에서 다시 쫓아가는 그 득점이 좋았어요.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한 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골 결정력 향상에 대한 비결을 묻자 그는 "동료들이 좋은 패스를 해줄 것이라고 믿고 늘 대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가장 고마운 친구는 역시 동갑내기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5도움을 기록했는데 그중 3개가 황의조에게 향했다.

"17세 대표 때 친하게 지냈는데 이번에 더욱 가까워졌어요. 흥민이가 앞으로도 절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네요."

황의조가 이번 대회에서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자 국내 축구 팬들은 우리도 이제 경쟁력 있는 정통 스트라이커를 갖게 됐다고 흥분했다. 뛰어난 위치 선정과 전방 침투 능력, 정확한 슈팅, 동료를 활용하는 연계 플레이 등 골잡이가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다.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이동국―박주영으로 이어지던 한국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황선홍 전 FC서울 감독은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며 "골을 잘 넣을 수 있는 위치에서 공을 받는 능력과 그 공을 골로 연결하는 역량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하루 쉬고 경기할 땐 정말 힘들었다"던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이 끝났지만 쉴 틈이 없다. 그는 손흥민·조현우 등과 함께 4일 오전 파주 NFC에 입소해 파울루 벤투 신임 감독이 이끄는 국가 대표팀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