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광두 부의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해 "소득 주도 성장 논쟁에만 매몰되지 말자"는 의견을 전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자문회의 의장은 대통령이다. 김 부의장은 "(경제 운영의)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담당한 자문 그룹의 원로 격이다. 청와대는 "소득 주도 성장을 변경·폐기하라는 내용은 아니었다"고 했지만,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이 문 대통령 앞에서 소득 주도 일변도 정책의 재검토와 전환 필요성을 완곡하게 진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정권 내부에서도 소득 주도에 대한 반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동안 김 부의장이 정부 정책을 우려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달엔 소셜 미디어에 "최저임금 이슈로 1년을 보내는 사이 경제 체력이 나빠졌다. 경제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썼다. 내년 예산안이 나오자 "잘못 기획된 정책의 잘못된 결과를 모두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며 세금 퍼붓기를 비판했다. 경제가 "침체 국면의 초입에 들어섰다"며 "(정부 정책이) 참으로 안이하고 한가하다. 앞날이 어둡고 답답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위기감을 담아 대통령에게 고언(苦言)한 것이다.

김 부의장의 지적은 현장 목소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대다수 전문가와 학자, 기업인들이 "소득 주도 정책이 잘못 가고 있다"고 한다.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가 꺼지며 서민 경제가 식어가고 있다. 일자리 예산 54조원을 퍼부었지만 일자리 상황은 최악이다. 막대한 혈세가 모래에 물 붓듯 사라졌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일자리를 없애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 모두가 '소득 주도'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구조적 문제도 많이 있다. 그러나 경기의 불기가 미약한 상황에서 '소득 주도'가 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이견 다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런데 청와대만 맞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90%가 긍정적"이라고 했다. '일자리 증가 폭 5000개, 소득 분배 10년 만의 최악'의 결과가 나온 후에도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 주도를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대통령 주변에 직언하는 참모가 없는 가운데 처음으로 현실의 우려가 전해졌다.

김 부의장이 어떤 의미로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경제 운영이 기본을 벗어났고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경제의 기본은 시장과 기업이다. 시장이 활기 있게 돌아가고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게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 기본은 거꾸로 하면서 '소득 주도' '세금 주도' '노조 주도' 일변도였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그의 고언이 정곡을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