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경기도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남학생이 수업 중에 떠들었다. 40대 여교사 A씨가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자, 아이가 되레 A씨를 노려보며 "수업이랑 상관있는 말을 했는데 왜 그러느냐"고 따졌다. A씨가 야단치자, 아이가 "너!"라고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와 주먹으로 A씨의 얼굴을 마구 때렸다. 당황한 A씨가 교실 안에 설치된 전화기를 찾아들자, 아이가 전화기 코드를 잡아뽑아 바닥에 팽개쳤다. 이 모든 과정을 같은 반 아이들이 전부 지켜봤다.

A씨는 치아에 금이 가고 타박상을 입었지만 물리적 고통보다 정신적 충격이 더 컸다.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렸다. 아이의 부모는 사과하지 않았다. "아들이 평소 A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며, 주변 학부모들에게 아들을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받아 학교에 냈다. A씨는 아이의 가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했고, 최근 부모로부터 1500만원 배상을 받았다.

교사를 때리고 욕하는 초등학생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교사에게 몹쓸 짓을 하는 건 주로 덩치 큰 중·고교생들이었는데, 이제는 해가 갈수록 '무서운 초등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교사 때리는 초등생, 고교생보다 많아

30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교권 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교사를 때리거나 욕하고 성희롱하는 '교권 침해'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초등학생 교권 침해 건수는 2013년 58건에서 2017년 167건으로 세 배 늘었다. 같은 기간 중학생의 교권 침해 건수는 3분의 1 정도로(2937건→1008건), 고교생의 교권 침해는 2분의 1 정도(2567건→1391건) 줄어든 것과 정반대다. 건수 자체는 여전히 중고생이 많지만, 증가 폭과 속도는 초등생 쪽이 더 크다.

그래픽=김성규

특히 초등생이 교사를 때린 '폭행' 건수는 2013년 6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6건으로 6배 늘었다. 같은 해 고교생이 교사를 때린 건수(34건)보다 많다. 교사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한 경우 역시 5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19건→40건).

◇제자가 겁나는 교사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도 올해 담임을 맡은 3학년 학생으로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듣고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학생은 학기 초부터 교실이든 급식실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리를 지르거나 친구를 때렸다. B씨가 나무라면 반말을 하며 반항하거나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B교사는 불면증에 시달리다 교권 보호 상담을 요청했다. 전라도의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 C씨는 자기 반 4학년 학생에게 수업 태도가 나쁘다고 지적했다가, 학생으로부터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모욕을 당했다.

◇아이들끼리도 폭력

학생들 사이의 '학교 폭력'도 초등학교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생 399만명을 대상으로 '2018년 1차 학교 폭력 실태 조사'를 한 결과, 학교 폭력 피해 학생 10명 중 7명이 초등학생이었다.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아이도 초등학생(2.8%)이 중학생(0.7%), 고교생(0.4%)보다 많았다.

◇초등생은 왜?

초등학생들의 폭력 행위가 늘어난 것은 전반적으로 학생들 신체 발육이 빨라진 데다 유튜브 등 선정적이고 폭력적 콘텐츠를 어린 시절부터 쉽게 접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교총 이호중 교권강화국 부장은 "최근 초등학생들도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데, 욕이나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동영상에 일찍부터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교사나 학부모 사이에선 '중2병(사춘기가 오는 중2 무렵 공격성이 높아지는 현상)'이 아니라 '초4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천의 초등 5학년 김모 교사는 "애들 행동을 지적하면 '어쩔 건데요? 때리려고요?' 하는 식으로 조롱하고 SNS에 담임 욕 쓰는 애가 너무 많다"면서 "중·고는 그나마 수행평가나 학생부 기록이 있어 통제가 가능하지만 초등은 통제할 방법이 거의 없다"고 했다. 전수민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는 "과거엔 초등학생의 사소한 일탈로 느껴졌던 문제도 이제는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민감하게 여기면서 전반적으로 과거보다 신고가 늘어나는 면도 있다"며 "특히 초등학생은 부모부터 민감하게 정식 절차를 밟으려고 적극 개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고생보다 폭력 신고 건수가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