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인 가구에 대해선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대출 보증을 제한하기로 했다가 반발이 쏟아지자 무주택자는 예외로 하겠다며 발을 뺐다. 당초 금융위는 급증하는 전세 대출 자금이 매매 자금으로 전용돼 서울 집값 오름세를 더 부추긴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월세 강요 정책"이라는 등의 저항이 거세게 일자 주택 소유자에 대해서만 적용하겠다며 사실상 철회했다. 현실을 모르고 가볍게 보는 엉터리 정책이 또 한 번 소동을 낳았다.

애초에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간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부부 연간 소득이 7000만원을 넘는다고 부유층이라고 할 수 있나.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도 전세금이 3억~4억원에 달해 자기 돈만으로 전셋집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집값 잡겠다며 30대 젊은 층을 월세로 내몰려 했던 셈이다. 정부 지적대로 전세자금 대출이 1년 새 43%나 늘어 증가세가 빠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세 실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투기 수요로 몰아 아예 수도꼭지를 잠그려 했다. 시장 현실을 보지 않고 규제 칼날만 휘두르는 억누르기식 부동산 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새 민주당 대표는 3채 이상 다주택자나 초고가 주택의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또 세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집값 과열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세금 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만으로 잡힐 집값이라면 이렇게 오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울 집값의 급등세는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서울 아파트를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지표가 1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요가 있는데 억누르기만 하면 어디선가 폭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는 주거 여건이 양호한 '좋은 집'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항상 여기서 집값 급등세가 촉발된다. 그런데 정부가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강남 재건축을 사실상 중단시키고 규제를 쏟아내자 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 많은 이들이 정부가 규제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 효과를 갖고 있다. 작년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 '집값을 오히려 올릴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현실이 됐다. 수요 억제책과 함께 공급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집값은 결코 잡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