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장관 5명을 교체했다. 이번 개각에 대한 대체적인 평은 예상대로라는 쪽이다.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선과 논란이 있던 부처가 대상이 됐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1년 넘게 대학입시안을 둘러싸고 책임 회피, 폭탄 돌리기만 해왔다. 국방부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놓고 장관과 부하 장교들이 국회에 나와 서로 거짓말한다고 손가락질했다. 산업통상부는 기업·통상 정책 부진,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 등 거친 정책 추진이 문제가 됐다. 여성부는 미투운동 등 쟁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국민 대다수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처들의 장관이 교체됐다는 것은 대통령이 내각이 돌아가는 사정을 국민 눈높이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역대 정권에서는 대통령이 자신이 펼쳐온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 절대다수 국민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관을 감싸고돌면서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번 개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려면 정부가 방향을 잘못 잡은 정책을 이를 계기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청와대가 보여준 모습은 기대를 갖지 않게 한다. 현재 국정의 가장 큰 문제는 최저임금의 과격한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 실험과 탈원전과 4대 강 죽이기 등 비합리적이고 비실용적인 이념 과잉 정책이다. 최저임금의 관련 부처인 고용부와 탈원전 책임 부처인 산업부는 전문 관료 출신이 장관 후보가 됐다. 일반적으로 관료들은 청와대 잘못에 대해 직언하지 않고 그 잘못을 덮고 입맛대로 해주는 '기술'을 부리는 경우가 많았다. 고용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청와대 인사들은 모두 그대로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출범 1년 3개월을 넘겼다. 정권 초반기가 매듭되고 있다. 이제는 국민이 새 정부의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런데 고용 재난, 소득 양극화 참사가 빚어지고 통계청장이 그 책임을 지는 이상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도 하락 추세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머릿속 이념을 기계적으로 현실에 적용하려 했던 실험들이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빚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이 그동안 비판을 받아온 장관 몇 명을 바꾼 것으로 국면 전환이나 하려 했다면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그러지 않고 이번 개각을 계기로 허심탄회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고칠 것은 고친다면 중반기 국정은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