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이유로 한·미 훈련을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미국의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 F-22를 일본의 기술로 개량해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운용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방산업체인 미 록히드마틴은 F-22 기체(機體)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F-35의 전투 시스템을 장착하는 신형 전투기 개발·생산에서 일본이 50% 이상 맡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 한국에는 기술 이전 소극적

F-22는 2006년 모의 공중전서 F-15, F-16, FA-18 전투기 144대를 격추하는 동안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은 기록을 세운 최강의 전투기다. 적의 레이더나 적외선 탐지기 등을 무력화하는 스텔스 기술이 적용돼 있어 북한 수뇌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F-22의 기술 이전은 물론 완제품 판매까지 금지했는데, 이번에 일본에 빗장을 푼 것이다. 미국은 한국은 물론 맹방인 영국이나 이스라엘에 F-35 스텔스 전투기를 판매했지만 F-22는 판매하지 않았다. 한국군의 한 소식통은 "공군 일각에서 F-22 도입을 희망했었지만 미국 법으로 2018년까지 해외 판매가 금지돼 있고 비싼 가격 등 때문에 엄두도 못 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 같은 대일(對日) 접근은 한국에 대해 첨단 기술 이전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가 F-35를 도입하면서 미국은 당초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을 위해 25개 분야의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미국은 위상배열(AESA) 레이더 체계 통합과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TGP), 전자전 재머 통합 기술 등 핵심 4개 기술의 이전을 거부했다.

◇미·일 동맹 업그레이드 전망

록히드마틴의 제안대로 될 경우, 일본은 미국의 첨단 전투기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미·일 동맹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일본의 방위 산업이 확장하는 효과도 적지 않다. 미국의 막대한 대일(對日) 무역 적자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1석 3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제안은 차세대 전투기를 결정할 때 유력하게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개량형 F-22가 배치될 경우 일본 전역 방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가 기존 F-22와 F-35를 능가하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이 일본에 제안한 차세대 전투기는 우선 F-22를 기반으로 날개를 개조, 더 많은 연료를 실어 항속거리와 작전반경을 늘리게 된다. 여기에 F-22보다 최신 장비인 F-35의 항공전자 장비와 탐지장비 등을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F-22의 대당 가격은 2200억원 이상이며, 일본 차세대 스텔스기도 대당 210억~240억엔(약 2115억~242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주일미군은 10월에 도쿄도(都) 요코타(橫田)기지에 수직 이착륙기 CV-22 오스프리 5기를 배치하고 정식으로 운용키로 했다. 주일미군은 2024년까지 요코타기지에 배치하는 오스프리를 총 10대로 늘릴 계획이다. 오스프리는 지난 4월 요코타 기지에서 처음으로 시험 비행한 바 있다. 오스프리가 오키나와현 말고, 일본 본토에 배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