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고용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했다. "고용 위기 해소를 위해 재정과 정책을 운용해 왔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거의 모든 고용 통계가 외환위기·금융위기 당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악화돼 재난(災難)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니 대통령도 답답할 것이다. '일자리 정부'라더니 불과 1년 만에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고용 참사가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점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거꾸로 더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고용 상황이 어려운 분야와 연령대에 대해 더욱 다양하고 강력한 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올해와 내년도 세수 전망이 좋은 만큼 정부는 늘어나는 세수를 충분히 활용하여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금보다 더 세금 퍼붓는 속도를 높이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지시와 함께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결과에 직(職)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달라"고 했다. 전날 열린 고용 관련 당·정·청 대책회의에서 소득 주도 성장 관련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청와대 정책실장과 "수정도 검토하겠다"는 경제부총리가 이견을 보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대통령이 정책 기조를 그대로 밀고 가자고 하면서 '팀워크'를 강조한 것은 경제부총리에게 주장을 거두라는 지시로 들린다. 대통령은 "정책에서 무엇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난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을 그만두고 정책의 방향을 바꾸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 반대로 방향을 바꿔야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문 대통령은 불과 석 달 전 소득주도성장 논란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었다. 그런데 고용 재난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느 길로 가야 국민 신뢰를 얻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