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의원은 20일 재난에 가까운 고용 부진 원인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린다고 26조~27조원 정도를 쏟아붓는 바람에 다른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 투자가 약해진 탓"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하루 전에는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성장 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지금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세상 만사 안 좋은 일은 온통 전 정부 적폐 탓으로 돌리더니 이제는 10년 전 정부의 물관리 사업 때문에 지금 고용이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고용 사정이 더 나빠지면 박정희 정부, 이승만 정부 탓까지 나올 것이다.

5년 가까이 걸린 4대강 사업에 든 돈은 22조원이다. 이 정부가 2017년, 2018년 일자리를 만든다고 쓴 국민 세금은 본예산 추가경정예산 합쳐 50조원이 넘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월 "4대강 사업 22조원이면 연봉 2200만원 일자리 100만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식 계산법이라면 이 정부가 지금까지 쓴 국민 세금이면 연봉 5000만원 일자리를 100만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00명밖에 늘지 않았다. 고용 참사에 놀라 긴급 소집된 당·정·청 회의는 4대강 규모인 22조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또 일자리 늘린다며 쓰겠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은 녹조 등 부정적 영향도 있지만,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고 수려한 강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하는 등 긍정 효과도 크다. 세종보를 열자 강바닥이 드러나 흉물이 된 금강 유역이 4대강 사업 전(前) 강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이 정부가 일자리 만든다며 쓴 국민 세금 50조원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다. 내수와 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경제에나 실험해 볼 소득 주도 성장 모델을 수출 주도에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경제에 억지로 꿰맞추다 보니 독 밑바닥이 깨져 버렸다. 거기에 50조원이 아니라 100조원을 쏟아부어도 헛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마당에 역시 집권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진표 의원은 "통계 당국이나 전문가 분석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고용 쇼크가 온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소득 주도 성장은 효과가 나올 때까지 3년이 걸리는 만큼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을 내년에도 두 자릿수로 올려야 한다는 말인가. 경제 전문가 열에 아홉은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김 의원은 어떤 전문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나.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발언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집권당은 현장에서 접한 민생의 소리를 정부에 전해야 한다. 현직 경제부총리마저 정책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마당에 집권당 지도부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잘못 끼운 단추를 풀지 말자고 한다. 이렇게 계속 가자고 한다. 그러면서 10년 전 탓을 한다. 아집과 오기가 무서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