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내달 자동문・CCTV 도입-경비원 감축안 주민투표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정부의 대표적 노동정책의 여파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살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가 경비원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상항 관련 긴급 당정청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일 한국경제와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관리사무소 및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아파트 소유자들은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 자동문 및 폐쇄회로 도입해 보안 업무를 자동화하고 이를 통해 경비인원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경비시스템 개선안(이하 ‘개선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개선안은 ▲현재 116명인 경비인원을 64명으로 줄이고 ▲경비원들의 주야간 맞교대 근무를 격일 12시간 근무제로 변경하고 ▲아파트 현관문에 2억 5000만원을 들여 자동문을 설치하고 ▲1억5000만원을 들여 폐쇄회로TV(CCTV) 등 감시장비를 구입해 경비인원 감축에 따른 보안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선안은 이같은 방안이 도입될 경우 가구별 관리비가 125㎡(38평) 주택형에 거주하는 주민은 월평균 14만7440원에서 8만2400원으로 6만5040원(44.1%) 줄고, 218㎡(66평) 주택형 거주자는 월 11만2980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아 이 아파트 곳곳에 게시된 ‘경비시스템 개선에 대한 안내문’은 개선안의 추진 이유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나는 경비비 절감을 위한 경비시스템 개선안과 현관 자동문 설치에 관한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리사무소 측 관계자는 "(자동문 및 감시장비에 대한) 투자비용 4억원은 경비원 인건비 절감으로 4개월 안에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건축 사업을 준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이같은 개선안 추진 배경을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16.4% 인상됐고, 내년에도 10.9%가 오를 예정이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 감원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 8월부터 시작된 근로시간 단축제도(주 52시간제)로 12시간 맞교대인 경비 근무시스템을 3교대제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아파트 주민투표가 이같은 ‘개선안’을 가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안업무 및 관리비 부담 등만 따지면 합리적이지만, 1986년 6월에 완공된 낡은 아파트 특성상 아파트 경비원들의 기타 업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경비원들에 따르면, 경비원들은 통상 보안업무 외에도 ▲주차 관리 ▲재활용 쓰레기 정리 ▲택배 대리 수령 및 전달 ▲제설 및 예초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매일 운영되던 경비실도 격일제 운영으로 바뀐다.

이같은 업무 때문에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과정에서 입주자들은 경비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인건비를 조정하고 보조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가구별로 경비실 운영비 보조를 위해 두 달에 한번씩 2만원 상당의 자치운영비를 내는 식이다.

장 실장은 지난 1999년부터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들은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 현 정부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장 실장이 경비실 인력 감축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장 실장은 지난 19일 ‘고용 쇼크’ 대응을 위한 당·정·청 고위급 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