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 글지기 대표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랬는데 수십 년 위세 부렸으니…. 탈 많은 조직 손보기가 개혁이나 쇄신 정도로 되겠나 싶었을 터. 해서 청와대가 낯선 말까지 만들어 내며 의지를 다졌다.

'대통령은 (…) 기무사를 근본적으로 해편해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 해편(解編)은 '해체에 가까운 개편' '사실상 해체 후 재편'쯤으로 풀이할 만한 일종의 약어(略語). 이런 걸 흔히 '줄임말'이라던데, 과연 합당한 표현일까.

반찬으로 콩나물을 무친다. 콩나물 무침이다. 한데 이 콩나물을 우리는 뭐라 하는가. '무친' 콩나물이지 '무침' 콩나물이 아니다. 더위 식힐 겸 이번엔 동물원으로 가보자. 물개가 사람처럼 손뼉을 치고, 능청을 떤다. '길들인' 물개지 '길들임' 물개가 아니다.

이렇듯 '해편'도 '줄임말'이 아니라 '줄인 말'이라 해야 옳다. 명사를 꾸미는 말은 관형사형이 자연스러운 법이니까. 또 하나, 한 낱말로 굳지 않았으므로 띄어 써야 한다. 예외도 물론 있다. 이것저것 넣어 '볶은' 밥을 우리는 '볶음밥'이라 한다. 어쩌다 입에 익어 굳어버린 탓이다. 세상이 원칙대로만 굴러가지는 않으므로.

'줄인 말'과 헷갈리기 쉬운 것이 '줄어든 말'이다. 체언에 토씨나 다른 낱말이 합쳐지거나(금시에→금세, 그 아이→걔) 용언의 어미에 다른 용언이 결합한(다고 하여도→대도, 려고 하여야→려야) 것이다. 한 단어가 아니지만 대개 사전에 표제어로 오른다. '준말'은 '줄어든 말'과 달리 한 낱말 안에서 축약(縮約)이 일어나 굳은 말이다. '그런데→근데' '오래간만→오랜만' 따위가 그렇다.

편세권(편의점이 가까운 주거 지역) 횰로족(혼자 사는 욜로족)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 한다)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 외국어까지 뒤섞은 말 줄이기 열풍에 나라가 이리 뜨거운가. 이런 거 ‘열공(열심히 공부)’ 안 한다고 아재 되기는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