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이달 말 방북(訪北)을 앞두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와 국외 반출, 폐기 핵무기 리스트 제출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 체제 보장을 위한 '종전(終戰)선언'을 미국에 요구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주 판문점에서 실무 협의를 갖고 이 같은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복수의 외교 당국자들이 전했다.

미·북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14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여론을 돌려야 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이른바 9·9절)을 앞둔 김정은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최근 협상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제안하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간 물밑 협의가 진전되면 폼페이오 장관이 이달 하순 방북해 최종 합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미국과 북한 사이의 비핵화 협의가 다시 속도를 내면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9·9절을 앞두고 내달 초 방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4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3월 26일과 6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5월 7일 김정은 위원장과 전격적으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 직전에 북을 만나 존재감을 드러내온 것이다. 외교 당국자는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급진전되면 시 주석도 방북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은 시 주석 방북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3차 남북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남북은 경제 협력과 관계 개선을 의제로 8월 말~9월 초 평양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둔 미국이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남북 관계 개선도 가능하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하면서 정상회담 날짜가 9월 중순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17일쯤 다시 실무 회담을 갖고 9월 10일 이후로 평양 정상회담 날짜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8월 하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시작으로 시 주석 방북, 문 대통령 평양 방문이 이어지면 한반도 비핵화 상황이 중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